"수도권 2단계 하향, 방역 피로도 등 고려한 합리적 판단" vs "완화할 상황 아냐"
"감염경로 불분명 여전히 많아"…"고위험 시설 집중해 정밀 방역 필요" 지적도
[전문가 진단] "지속가능성 고려한 결정"vs"재유행 우려"…평가 엇갈려
정부가 13일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감소세와 중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 등을 고려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낮춘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향후 방역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거리두기 완화로 인해 자칫 확진자 규모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하는 이번 결정이 때이르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은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당초 거리두기 하향 기준으로 여겨졌던 '100명 미만'으로는 아직 내려오지 않는 등 위험요소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위중·중증환자와 사망자 수,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의 비율 등 코로나19 관련 국내 주요 지표들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거리두기 조처를 지금 완화하면 다시금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수도권 내 음식점과 카페, 학원 등 일상과 밀접한 시설의 영업을 제약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오래 지속할 경우 소상공인의 피해가 클 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 전체의 피로도가 커지기 때문에 정부로선 적절한 시기에 하향 조정했다는 평가도 있다.

방역당국이 감염 위험 시설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방역 관리에 나서기로 한 점,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방역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 3인이 13일 제시한 상황진단과 제언이다.

[전문가 진단] "지속가능성 고려한 결정"vs"재유행 우려"…평가 엇갈려
◇ 엄중식 "거리두기 완화할 상황 아냐…추석 연휴도 우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1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와 거리두기 단계를 하향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장에서 거리두기 2단계에 맞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면 좋겠지만, 만일 참여율이 떨어지거나 국민들이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경우 접촉 횟수와 강도가 높아져 재악화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나빠지면 이후 바로 추석 연휴가 있기 때문에 더 우려된다.

정부의 이번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방역의 입장이라기보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고려한 경제적 측면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역은 이미 세운 기준과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경제의 문제는 다른 방역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 피해는 지원금을 늘리는 등 경제적 방법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방역의 기준과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오히려 혹독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 진단] "지속가능성 고려한 결정"vs"재유행 우려"…평가 엇갈려
◇ 김우주 "감염경로 불분명 여전히 많아…고령층·중환자 고려해야"
현재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 2주간 2.5단계 조치로 전국 일일 발생 환자 수가 100명대까지 줄긴 했지만, 원래 방역당국이 목표했던 100명 이하로 줄진 않았다.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도 높고, 위중·중증환자 병상 부족 문제나 중환자·사망자 증가 등 부정적인 지표들이 여전하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확진자 수가 줄고, 단계를 낮추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곧 추석 연휴 민족 대이동이 다가오고 코로나19 특성상 가을·겨울 쌀쌀한 날씨에 유행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위중·중증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등 희생을 치러야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에 목소리를 내고 항의하지만,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자나 중환자들은 병상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보다 일부 자영업자의 생계를 더 중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 진단] "지속가능성 고려한 결정"vs"재유행 우려"…평가 엇갈려
◇ 기모란 "지속가능성 고려한 조치…2단계에서도 경계심 유지해야"
정부의 이번 결정은 방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만든 이유는 방역과 경제 상황을 모두 지속가능한 형태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국민들이 방역 지침을 따르는 것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무조건 거리두기 단계를 높인다고 환자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경로를 전체적으로 볼 때, 다중이용시설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고 종교 행사나 대규모 집회, 방문판매 업체, 의료기관 등 일부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확진자가 집중해서 나왔다.

거리두기 효과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을 꼼짝 못 하게 하는 제한이 아니라 이들 고위험 시설을 정밀하게 조준한 집중적인 방역이 필요하다.

모든 국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역조치는 지속할 수도 없고, 경제 타격과 국민들의 높은 피로도 등 출혈만 크다.

다만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할 경우 시민들의 경계심이 풀려 오히려 환자가 늘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추석 연휴와 개천절 집회에 코로나 확산 위험이 높은데, 이 기간에 코로나19 취약 계층인 고령층의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위중·중증환자와 사망률을 줄이고, 의료기관의 중환자 수용 역량도 확충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