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증인으로 출석
윤병세 전 장관 "박근혜 정부, 사법부에 간섭할 의도 없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과 달리 박근혜 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에 간섭할 의도가 없었다고 재차 법정에서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윤 전 장관은 2013∼2014년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판결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이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하는 등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판결을 뒤집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법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성에 간섭하는, 영향을 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또 "사법부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대신 한일관계에 있어 파국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심각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는 고민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변호인은 "소인수 회의에 증인이 가져간 문건을 보면, 행정부의 입장을 대법원에 전해야 한다거나 전원합의체 심리를 요청한다는 등 구체적인 절차와 관해서는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청와대에 어떤 내용을 보고했는지, 실무자들로부터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어떤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윤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법정에서 "분명했던 건 대법원 판결을 번복하거나 이런 걸 의도했던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어떤 판결이 나와도 좋은데, 다만 그 판결이 국내적 측면뿐 아니라 한일관계를 포함한 국제법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주길 바란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