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홍콩과학기술대에 입학한 김익환 씨(22)는 11월 귀국한 이후 국내에 머물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로 휴교령이 내려져 잠시 한국에 왔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돌아갈 길이 막힌 것이다. 그는 수업은 온라인으로 했지만 어학 실력도 늘지 않고 현지인도 사귈 수 없으니 괜히 비싼 돈 내고 유학을 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씨처럼 유학생활을 하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집콕’생활을 하는 유학생이 적지 않다. 호주 시드니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씨(28)는 지난 학기 수업을 불과 두 달 만에 마쳤다. 호주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면서 실습 네 건이 전부 연기되면서다. 대면강의가 모두 원격수업으로 대체돼 1주일에 4시간 정도 수업을 듣고 학기를 마쳤다.

김씨가 낸 한 학기 학비는 1800여만원(약 2만1000호주달러). 한 달치 월세 130만원(약 1600호주달러)을 포함해 2000여만원을 온라인 강의를 듣는 데 쓴 셈이다. 김씨는 “유학생은 대부분 셰어하우스에 살아서 학교 도서관이나 카페가 문을 닫으면 공부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인턴십과 실습 등을 통해 인맥도 쌓으려고 유학을 온 건데 모두 헛수고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당장 한국에 돌아가기도 힘들다”며 “2년 전으로 시간을 돌린다면 유학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은 21만3000명이다. 이 중 미국 중국 호주 등 국가에서 외국인 유학생 입국을 막고 있어 고국을 오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베이징의 대외경제무역대에 입학한 김주영 씨(20)는 오는 21일 첫 개강을 앞두고 아직도 중국에 가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학생 입국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입국이 지연되면서 수업은 물론 중국인 현지 친구를 사귀고자 하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김씨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한다는데 아직 중국어 실력이 능숙하지 않아 걱정”이라며 “다음 학기(내년 2월)에 입국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석사과정 중인 이모씨(25)는 “지난 3월 말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뒤 학교 캠퍼스에도 못 들어가봤다”며 “대학원은 교수와 친분을 쌓는 게 중요한데 화상으로만 수업해 관계를 다지기 어렵다”고 했다. 7월에는 미국 시카고 드폴대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이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일도 있었다.

양길성/최예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