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재단 '스토리텔링 공모전' 복지부 장관상 수상 숙명여대 최유리씨
"우리 집엔 DJ가 산다"…발달장애 오빠를 둔 여대생의 이야기
"우리 집에는 라디오 DJ가 산다.

덕분에 집안에서는 온종일 음악이 끊이지 않는데, 선곡은 DJ 마음대로, 시간도 DJ 마음대로다.

"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2학년생인 최유리(20)씨가 쓴 3천500자짜리 수필 '우리 집엔 DJ가 산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집 DJ'는 발달장애를 가진 최씨의 둘째 오빠 교철(21)씨다.

최유리씨는 이 수필을 '일상 속의 장애인'을 주제로 밀알복지재단이 6∼7월에 연 스토리텔링 공모전에 출품해 최고상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가 글을 잘 썼다기보다는 오빠 덕분에 상을 타게 된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최씨는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탄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면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뿌듯해했다.

"우리 집엔 DJ가 산다"…발달장애 오빠를 둔 여대생의 이야기
수상작에서 최씨는 온종일 집안에서 노래를 듣고 따라부르는 둘째오빠와 자신과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

둘째오빠가 박현빈의 '샤방샤방', 신지의 '해뜰날' 등 흥겨운 음악을 계속 틀어 놓고 때로는 여동생을 '초대 가수'로 부르기도 하는 통에 사춘기 시절에는 갈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씨는 오빠에게 노래가 하나의 언어이자 소통의 창이라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다.

최씨는 수필에서 '음악이나 미술, 요리처럼 발달장애인들과의 공통 관심사를 찾으면 충분히 친해지고 교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재단은 "발달장애가 있는 오빠와 비장애인 동생에게서 일어난 사소한 일상 이야기로 노래라는 소재를 통해 흥미는 물론, 가족애를 통한 감동도 전한다"고 최씨의 수필을 수상작으로 뽑은 이유를 설명했다.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이달 1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최씨는 아동복지학을 전공으로 택한 데에 오빠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는 "오빠와 함께 살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시선, 장애인 자립 문제 등을 체감하면서 다른 사회적 약자인 아동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며 "이들의 삶을 어떻게 나아지게 할 수 있을지 공부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지난해 입학 직후부터 과 동아리인 '숙돌'에서 활동하고 있다.

'숙돌'은 숙명여대의 '숙'과 인형을 뜻하는 영어 단어(doll)를 합친 이름으로 어린이 뮤지컬과 인형극을 자체 제작해 학교 근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공연하는 봉사 모임이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겪는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게 최씨의 희망이다.

"우리 집엔 DJ가 산다"…발달장애 오빠를 둔 여대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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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학내 동아리 '숙명지식봉사단'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하기도 했고, 올해는 밀알복지재단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안타깝게도 봉사를 이어가는 데 제약이 크다고 최씨는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또 하나의 사각지대가 생겼어요.

학원도 문을 닫고 강사가 복지관 등에 찾아오기도 어려워진 상황에 변변한 디지털 기기가 없어 비대면 수업마저 듣기 어려운 아이들도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소외된 이들의 삶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
최씨는 앞으로도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지만 희망하는 직업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남을 직접 돕는 일도 하고 싶고, 한편으로는 글을 통해 도움을 주는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길이 편한 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그는 "이 길을 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그리고 바꾸고 싶은 게 많기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취약계층이 아직 보장을 받지 못하는 점도 많고, 코로나 위기 속에 장애인 등이 겪는 디지털 격차 등 새로운 문제가 계속 생겨나는 걸 보면 상황을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우리 집엔 DJ가 산다"…발달장애 오빠를 둔 여대생의 이야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