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판결을 계기로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 개정은 정부와 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국내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동계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조법 등을 추가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노동계에 편향된 법안이 더욱 기울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비준하려는 ILO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87호)와 단결권 보장(98호), 강제노동 금지(29호) 등 세 건에 관한 것이다. 협약 비준을 위해선 국내법도 개정해야 한다. 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등 이른바 ‘노조 3법’이다.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지작업 차원에서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노조 3법 개정안을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안과 함께 노조 3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노조 3법 개정안은 실직·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공무원의 노조 가입 범위 제한 폐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이 핵심이다. 경영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뜩이나 노동계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힘의 균형이 더 기울어져 아예 뒤집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특정 기업에서 해고된 사람이 해당 사업장 노조원이 돼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경우 노사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 같은 경영계 우려에 정부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국내 노사관계 관행을 고려해 노조 임원 자격을 해당 사업장 종사자로 제한하고 있다”며 “또 해고자가 사업장에 출입하려면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보완 장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최소한의 ‘보완 장치’도 대법원 판결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조 3법 개정안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전면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개정안에 포함된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현행 2년→3년), 해고자의 사업장 출입 제한,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대법원 판결 직후 정부를 향해 “사용자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노동개악 법안을 즉시 폐기하고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라”며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도 폐기하고 교사와 공무원도 일반 노조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3년 10월 전교조에 ‘노조로 보지 아니한다’고 했던 통보를 4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합법 노조로서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