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를 넘어 사법기관까지 지방으로 이전하고 지방 거점 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연스러운 지방 분산을 유도해야 합니다.”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박주민 의원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대책을 위한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방안으로 행정수도·사법기관 이전을 제시했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당 지지율 회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박 의원은 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과 관련해 “위헌성 해소를 위해 개헌이나 국민투표 같은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위헌 판단의 근거는 성문헌법이 아니라 관습헌법이었는데, 개헌한다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다”며 “수도권 과밀화 문제가 2004년보다 더 심해졌으니 헌재가 과거와 같은 판단을 내리겠느냐”고 했다.그는 행정·사법 기능의 지방 이전과 함께 세제 개편, 대출 규제 등의 방법을 병행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과세 구간을 조정, 종합부동산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고 현행 담보인정비율(LTV) 중심의 대출시스템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박 의원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민주당이 후보를 내느냐는 차기 지도부가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벌써부터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에 대해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대통령을 또 만들어 달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이 할 일을 해 나간다는 판단이 들면 누가 후보가 돼도 우리를 찍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민주당 내 젠더 폭력 근절 대책으로는 당내 제도 개편과 젠더 가치 실현을 위한 입법 및 정책 노력을 제시했다. 그는 “당의 제도를 젠더적 가치와 감수성에 맞게 개편하는 동시에 당 자체가 젠더 가치의 사회적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매우 아쉽다”며 “나름대로 여가위를 상설위원회로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하는데, 다른 방식으로 상설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는 24일 개헌을 통한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보람동 세종시청에서 열린 강연에서 “대통령과 직결되는 기관만 세종에 못 오고 있다”며 “개헌을 해서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으로 한다는 헌법상 규정을 두면 (청와대, 국회 등) 다 세종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집무실뿐 아니라 청와대 자체, 대사관 등도 다 세종으로 옮겨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대표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위헌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이 개헌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언급한 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만큼 위헌성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당초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가 되는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해 발의한 뒤 헌재 결정을 다시 받는 방안 등을 고려했다. 그러나 세종 행정수도 이전을 보다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 개헌까지 꺼내든 셈이다.이 대표는 이날 2004년 헌재 결정을 언급하며 “관습헌법에 의해 위헌이라고 하는데 참 어이없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데, 헌재 결론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고 했다. 그는 “국회 기능 중에서도 4분의 3이 (세종시에) 오게 되면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출장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행정수도 이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재점화한 뒤 민주당 이낙연·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수도 이전의 방법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여야가 합의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무회의 등 일부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세종에 분원이나 분소를 내는 것을 여당과 이미 논의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여야 간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국민 여론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이날 김 원내대표는 16년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며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이 다르고 국민의 생각도 많이 바뀐 만큼 헌재의 판단은 시대에 따라 재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법인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이며,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김 원내대표는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도 입법 차원의 결정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며 “위헌 시비가 재연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식 변화에 따라 헌재 결정이 변경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국의 쟁점으로 재부상한 것은 수도권 부동산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 발전이란 명분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낙연 "전면 이전" 김경수 "계획대로 추진"…與 대권주자도 가세통합당 "위헌 문제 해결이 우선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들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가세했다. 이낙연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면적인 행정수도 이전을 목표로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며 “헌재의 위헌 판단이 16년 전인데 당시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차 국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며 “실제로 청와대 이전 예정부지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에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박 의장도 “수도권은 전국 면적의 11.8%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과반이 몰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세종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과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여당 일각에서는 서울대 등 국립대학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대기업 본사나 국립대 같은 것을 (세종으로) 옮기는 그런 과감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종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가 되는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하지만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등이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위헌성 문제가 해결된 후 뭔가 해야 한다”며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막연히 운을 띄워 공연히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라”고 각을 세웠다.김소현/강영연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