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 계속되면서 방학이나 다름없어…도서관은 자리경쟁 치열
기숙사·도서관·광장서 방역 수칙 지키지 않는 모습도
'개강한 거 맞아?' 활기 잃은 대학가…상점들은 폐업·휴점
사건팀 =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1일 일제히 개강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캠퍼스는 활기를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삼삼오오 강의실로 향하던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한창 붐빌 캠퍼스 주변 상권은 방학 때와 다름없이 한산했다.

대학들이 저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일부 학생이나 캠퍼스를 찾은 주민 등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비대면 수업으로 유동인구 줄어…폐업한 대학가 상점들
13일까지 강의를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이화여대 앞 거리는 1일 점심 시간대에도 썰렁했다.

비대면 강의와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폐업한 화장품 가게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에도 손님이 없었다.

이화여대 앞에서 언니와 42년간 옷 수선 가게를 운영했다는 기모(57)씨는 "그동안 장사하면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본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대 역시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학부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부 대학원생과 교직원만 눈에 띄었다.

유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캠퍼스 내 음식점 3∼4곳은 폐점하거나 휴점 중이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입점 업체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음식점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빈자리에 입점하려는 수요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강한 거 맞아?' 활기 잃은 대학가…상점들은 폐업·휴점
◇ 도서관 이용 졸업생은 되레 증가…감염 우려로 닫은 곳도
대학 내 도서관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프랜차이즈 카페, 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공부할 곳을 잃은 학생들은 주로 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서울대 도서관 열람실은 대각선으로만 착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거리두기 지침을 강화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한 '노트북존'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예약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트북존에서 수업을 듣던 이모(22)씨는 "노트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수요가 많아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아침 일찍 왔다"고 말했다.

취업·고시 준비 등으로 공부할 공간이 필요한 졸업생들이 도서관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출입증 신청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서울대 도서관 측은 전했다.

이날 개방 중이던 한국외대의 5개 열람실 중 좌석 예약 시스템상에서 예약이 가능한 잔여석은 한 곳도 없었다.

외대 도서관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홍모(27)씨는 "코로나 때문에 갈 곳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학교 도서관이 개방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서관을 잠정 폐쇄한 대학들도 있다.

연세대는 2∼6일 중앙도서관과 학술정보관을 임시 휴관한다.

경희대는 1∼4일 학내 도서관 열람실을 모두 닫기로 했다.

◇ 대학은 방역 강화하는데 일부에선 여전히 턱스크·노마스크
각 대학은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숙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한양대는 학교 내 모든 건물에 재학생과 교직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도록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

기숙사 내 확진자 발생 소식에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늘자 대학 측은 위약금 없이 기숙사 입사를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등 규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공용 시설을 이용하는 일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고시 준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머물러야 하는 학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양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A(24)씨는 "복도나 샤워실, 식당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숙사 측에서도 발열 체크 말고는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듯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려대는 학생회관과 도서관을 비롯한 모든 건물에 입장하기 전 학생증을 인증하고 체온 측정을 해야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학내 광장에서는 외부인들이 식음료를 가지고 들어와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고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등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도서관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고려대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B(23)씨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학생들을 내쫓을 수 있는 권한이 학교에 없다고 한다"며 "경고 누진제라도 도입해 심하면 내쫓을 수 있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강한 거 맞아?' 활기 잃은 대학가…상점들은 폐업·휴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