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평화와 통합의 상징' 86세 은둔여가수 페이루즈와 비공개 면담
레바논 건국 100주년 기념…"위기대응 위한 신속한 정부 구성 촉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초대형 폭발참사로 수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을 한 달 만에 두 번째로 방문했다.

한달새 또 레바논에 달려간 마크롱…국민 여가수 만난 이유는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레바논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이틀 일정으로 레바논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첫 행보로 신임 총리 지명자나 정치인, 시민사회 지도자가 아닌 국민여가수를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이 레바논에 도착하자마자 레바논 평화와 통합의 상징이자, 드물게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은둔 중인 국민여가수 페이루즈(86)다.

초대형 폭발참사로 고통에 시달리는 레바논 국민은 아직도 매일 아침 페이루즈의 '레바논을 위하여'를 들으며 위안을 받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루트 북쪽에 위치한 페이루즈의 자택을 그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방문했다.

그는 1시간여 면담 끝에 현지언론에 "그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얘기했다"면서 "페이루즈는 우리가 꿈꾸고 사랑하는 레바논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한달새 또 레바논에 달려간 마크롱…국민 여가수 만난 이유는
지난 4일 발생한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참사로 19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이로 인한 직접적 재산피해는 46억달러(약 5조5천억원), 경제활동 피해는 35억 달러(약 4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세계은행은 밝혔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첫 행보는 레바논을 각별히 생각하고 사태에 깊이 개입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초대형 폭발참사의 책임을 물어 정권퇴진 시위를 벌여온 시민사회 지도자들은 레바논 정치지도자들 대신 국민여가수를 먼저 만난 것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경고메시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새 2번째다.

레바논은 1920년부터 23년간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레바논은 중동에 위치하면서도 지중해 연안이어서 지정학적 요지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관심이 각별하다.

한달새 또 레바논에 달려간 마크롱…국민 여가수 만난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은 베이루트 항구에서 대형 폭발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만인 지난 6일 주요국 정상 중 유일하게 레바논을 방문, 개혁이 이행되지 않으면 레바논은 계속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이틀간의 방문 기간 면담과 행사 등을 통해 레바논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편 레바논에서는 초대형 폭발참사에 분노한 민심에 밀려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 총리로 무스타파 아디브 독일 대사가 지명됐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의회와 협의를 거쳐 아디브 대사를 새 총리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아디브 대사는 이날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었고 의회에서 재적인원 128명 중 90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다.

이슬람 수나파 및 시아파, 기독교 등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특히 정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새 총리 지명 직후 레바논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위기 대응을 위해 신속한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레바논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새 정부 명단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