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촉발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검찰 "불법 합병 은폐 목적"
1년 9개월간 진행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서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11월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결과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을 감추기 위해 치밀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는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이 원하면 언제든 49.9%의 에피스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삼성바이오는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인 2014년 공시 때 이 같은 콜옵션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때문에 투자자들 눈엔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검찰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이 공개되면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그 결과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허위 공시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합병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사에 유리한 합병비율(1대0.35)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와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것으로 본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 재무제표에 부채로 반영해야 하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가치도 1조8천억원으로 대폭 증가해, 삼성바이오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삼성바이오의 자본잠식으로 어렵게 성사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다시금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걸 우려해 '삼성바이오 자산 부풀리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때문에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자의적 판단과 함께 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지분가치를 시장가격(공정가치)으로 재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장부상 에피스의 가치는 당초 3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급증했는데 검찰은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검찰은 "미전실과 삼성바이오는 불법 합병을 은폐하고 완전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며 "이번 수사는 금융위 고발로 '회계 부정'이라는 빙산의 일각에서 출발해 '불법 합병'이라는 빙산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