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각종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흑색선전이 떠돌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의 본질을 흐리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1일 성명을 내고 “남북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남북의료교류법)은 재난상황에서 의료인을 강제 동원할 취지로 준비된 것이 전혀 아니다”며 “올해 7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하기 전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야당에서 세 차례 발의한 법안”이라고 했다.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당뇨센터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 학회는 법안 준비 과정부터 신 의원과 함께 내용을 검토해 왔다. 성명까지 내면서 적극 해명에 나선 이유는 신 의원이 지난 7월 2일 대표발의한 이 법안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대표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재난기본법)’이 맞물려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재난기본법에 따라 의료인을 강제 동원할 수 있게 되면 남북의료교류법에 따라 북한에 보낼 수 있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뿐 아니라 젊은 간호사 등도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국회 입법예고 중인 재난기본법에 9만7000건에 이르는 반대 의견이 올라왔다.

학회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독일이 통일되기 16년 전인 1974년 동서독 보건의료 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만든 법안을 모태로 하고 있다”며 “긴급한 재난현장 지원이라고 해도 공공의료가 아닌 이상 개인의 가치와 목표를 반영해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의사 면허 시험을 1주일 연기한 배경을 놓고도 억측이 나돌고 있다. 시험을 채점하는 의대 교수들이 보이콧해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미뤄놓고 정부가 마치 양보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애초에 시험 응시 인원이 적어 채점 때문에 시험을 못 볼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윤성 국시원장은 “1일 응시 예정이었던 학생 108명 중 시험을 보려던 학생은 8명”이라며 “서울과 거리가 먼 지역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가 빠져 진료 업무 부담 때문에 못 오겠다고 한 사례는 있지만 응시 학생이 적었기 때문에 시험을 보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이 1주일 연기돼 연기된 일정에 따라 각 대학에 채점위원을 부탁했다”며 “대학별로 답이 어떻게 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다. SNS 등을 타고 ‘서울아산병원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졌지만 흉부외과에서 내부 검토 중인 글이 유출돼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 회의 중 서대문경찰서에서 급습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 인사를 다녀갔다’는 글도 모두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