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고 특수활동비를 불법적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도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 (부장판사 구회근)는 3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추칭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과 민간인 등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댓글 부대’를 운영하고 국정원 예산을 지급한 혐의, 정치적 목적으로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 2억원과 현금 10만달러를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보기관이 정치에 관여한 문제로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다"며 "그 명칭이나 업무범위를 수차례 바꾼 과정 등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관여는 어떤 형태이든 매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고손실 금액도 크고, 유죄로 인정된 뇌물액도 적지 않다"며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여러 범죄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서 "피고인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해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지게 했다"며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0년, 추징금 198억 3000여만원을 구형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