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공식화 9주기…"불인정 사례 전부 재판정해야"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 9년이 된 31일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아직도 피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피해자 정부인정질환 인정률이 8.2%로 판정신청자 10명 중 1명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가습기피해 인정질환을 늘리고 인정률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3개 질환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센터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결과로 기타 폐질환과 신경계 질환 등 각종 병에 걸리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지만 이들 질환이 아니면 피해 신고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정질환에 포함돼 피해신고를 하더라도 실제 정부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고 보상을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센터는 "피해신고자의 절반도 안 되는 43%가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피해지원금도 37%만 지급됐다"며 "여전히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질환이 많으며 인정질환도 실제 질환별 인정기준이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아직 가습기 제조사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10일 사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영숙씨의 남편 김태종씨는 "아내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SK가 만들고 애경이 이마트에 공급한, 굴지의 회사들이 관련된 상품이다"며 "우리가 물건을 팔아줘 성장한 기업인데 피해자가 죽는 순간까지 사과 한번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장모와 아내를 2014년 2월 떠나보낸 조병열씨는 "사별 후 지금까지 (판매 기업으로부터) 명확한 답변 한마디 듣지 못하는 이 세상이 너무 서글프고 힘들다"며 발언 도중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피 비대위)는 "정부가 나서 추모재단을 설립하고 전체 피해자를 위한 추모제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피해판정 기준과 인정기준 등을 바로 잡고 불인정 피해자 전부의 피해를 재판정해야 한다"며 "피해신청자의 올바른 배상과 보상을 촉구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