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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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 지역에 부족한 의사는 응급상황에 심장수술을 하고 절단된 신체 조직을 연결하는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의료진이다. 공공의대 정책은 취약지 의사를 늘릴수는 있지만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의료진을 양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목포 한국병원 등 전라남도 서부지역에 근무하는 응급실 의사들이 낸 성명이다. 김재혁 목포한국병원 의사 등 의료진들은 "진료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며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불합리한 의료 정책을 중지하고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도 환자를 치료하는 닥터헬기에 타고 재난현장에 발벗고 뛰어 나가는 의사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환자를 위해 희생하고 상태가 좋아지는 환자를 보며 같이 즐거워지는 의사들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누구보다 취약지 의료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의사들"이라며 "올바르지 못한 의료정책이 미칠 악영향이 두렵다"고 했다.

취약지역에 더 많은 의사가 있으면 장점이 분명하지만 이들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감기약 혈압약 등을 처방하는 1차 진료의사 역할은 개원의 공중보건의 등이 충분히 감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의 의료시스템 만으로는 중증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를 의료 취약지로 유인하는 것이 어렵다고도 했다. 공공의대에서 배출된 인력의 근무지역을 제한하고 강제하더라도 중중 환자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의료 취약지역에서 실제 활동하는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됐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는 많은 수의 의사로 해결할 수 없다"며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 등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재고돼야 할 정책"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저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의료가 취약한 지역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의사들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하고 있어야 할 의사들이 진료실을 떠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표합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정책은 의료 취약지역을 보완하기 위해 발표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의료 취약지역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공의대를 통해 취약지역에 의사를 늘리려는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감기약, 혈압약, 당뇨약을 처방하는 일차 진료의사가 아닙니다. 이미 적지 않은 개원의, 공중보건의들이 이러한 역할은 충분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응급 상황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막힌 혈관을 뚫고, 절단된 신체 조직을 연결하는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의료진들입니다.

공공의대 정책은 취약지역에 의사들의 숫자는 늘릴 수 있으나,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의료진을 양성하는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고난이도의 수술과 시술 등을 시행하기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책임을 감수하고서 환자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기위해서는 고귀한 사명감과 선의가 동반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명감과 선의만으로 중증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의료시스템입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상으로는 중증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의사들을 의료 취약지로 유인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설령 공공의대를 통해서 사명감과 선의를 충분히 교육받은 학생들이 배출된다하더라도, 그들이 의료취약지에서 중증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상 한계가 있는 상태입니다.

취약지역에 더욱 많은 수의 의사들이 있으면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합니다.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는 많은 수의 의사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무 지역을 설정하고 진료를 강제한다고 한들,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거기에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 등을 감안한다면, 이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정책임에 틀림없다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희들은 주장합니다.

저희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들은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도 환자에 대한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닥터헬기를 탑승하고, 재난현장에 발벗고 뛰어나가고 있으며, 응급실 진료에 최선을 다해오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해 희생하고, 상태가 좋아지는 환자들을 보며 같이 즐거워지는 것이 저희 의사들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의료 취약지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의사들입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취약지의 의료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의사들입니다. 허나 올바르지 못한 의료정책이 미칠 악영향이 두렵습니다.

우리는 진료 현장을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우리가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는 불합리한 의료 정책을 중지하고, 의사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
목포한국병원 김재혁, 목포한국병원 장병학, 목포한국병원 노종갑, 해남종합병원 김동현, 목포한국병원 김형주, 목포한국병원 김우형, 목포한국병원 노성종, 목포한국병원 김성준, 목포한국병원 정종현, 강진의료원 정금철, 목포한국병원 박준홍, 무안종합병원 윤대흥, 목포한국병원 민병철, 목포한국병원 한조은, 무안종합병원 최웅지, 목포한국병원 박영훈, 목포한국병원 추대혁, 진도한국병원 신윤호, 목포한국병원 박현재, 목포중앙병원 김용권, 무안종합병원 김동환, 목포한국병원 주정민, 목포중앙병원 심재철, 강진의료원 박성혁, 완도대성병원 임계홍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