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2024년까지 신혼부부·청년·예술인에 49채 배정
[톡톡 지방자치] '흉물'로 방치된 빈집 수리해 무상 임대
최근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신도시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를 새로 지정하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도심은 오히려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도심 빈집은 경기 침체로 주택 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주택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오랫동안 누군가가 살지 않고 비워둬 흉물로 방치된 빈집은 도시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탈선한 청소년들의 범행 장소로 이용될 우려도 있다.

인천시 서구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라국제도시를 제외한 지역 대부분이 구도심이다.

서구가 실태조사를 했더니 소유주는 있지만 살지 않는 빈집이 408곳이나 됐다.

이 중 80%가량이 가정동, 석남동, 가좌동 등 구도심에 방치돼 있었다.

서구는 시범사업을 벌이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빈집 49곳을 리모델링해 저소득 신혼부부, 청년, 문화예술인 등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행복한 서로이음 빈집 정비사업'이다.

지역 화폐 '서로e음'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서울 등 다른 지자체도 빈집을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의 임대료를 받고 저소득층에 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리모델링한 빈집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은 전국에서 인천시 서구가 처음이다.

지자체가 빈집 소유주와 협약을 맺은 뒤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

지자체가 빈집을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권은 집주인이 그대로 갖는다.

대신 소유주는 집을 몇 년간 빌려주고 공짜로 리모델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구는 최근 3천여만원을 들여 석남동 빌라와 가정동 빌라 등 방치된 빈집 2곳의 싱크대를 바꾸고 벽지와 조명시설을 새로 설치하는 등 전체 리모델링을 했다.

구도심은 노인 등 고령층의 비율이 높고 저출산으로 해마다 인구가 줄고 있다.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들어오면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서구는 기대했다.

현재 서구에 살면서 결혼한 지 7년이 안 된 신혼부부 두 쌍을 모집해 다음달께 입주하게 할 예정이다.

최소 3년에서 5년간 임대료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다.

그 기간에 신혼부부는 월세 등을 아껴 전세금을 모으는 등 주거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추가로 빈집 4곳을 리모델링해 신혼부부에게 2채를, 18∼39세 청년에게 2채를 배정할 예정이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31일 "빈집을 정비해 주변 슬럼화를 막고 리모델링을 통해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톡톡 지방자치] '흉물'로 방치된 빈집 수리해 무상 임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