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종로·강남 막론하고 적막…어디서나 '손님 없다' 아우성
오후 9시 영업제한 앞두고 술집 손님 '썰물'…일부는 편의점서 '술판'
"하루 만에 손님 반 토막" 2.5단계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

"반이 뭐예요, 손님이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돼요.아까 점심시간에도 4 테이블만 다녀갔어요.식당 영업 13년 만에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30일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의 한 식당은 저녁 시간인데도 20여개 테이블 중 단 2개만 차 있었다.

점주 김모(60)씨는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손님이 얼마나 줄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부터 저었다.

김씨는 "평소 일요일이면 교회에 방문한 손님들이 단체로 왔었는데 싹 끊겼다.

경기 남양주 별내 쪽에서 운영하는 다른 식당도 점심시간 때 130여석 중 5 테이블만 찼다.

임대료도 못 낼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재확산하면서 수도권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이날 저녁 시간대 서울 번화가 곳곳의 식당과 주점 등은 평소 주말보다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 홍대·신촌·종로 번화가 식당·카페 막론하고 '썰렁'

인파로 넘쳐나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인근 골목도 행인 숫자를 손꼽아 셀 수 있을 만큼 인적이 드물었다.

이곳에서 31년째 포장마차 장사를 했다는 A(63)씨는 "광화문 집회 이후로 계속 손님이 줄었는데 오늘은 포장해 가는 손님조차 없다"며 "오늘 밤 9시가 지나면 주변 술집이 다 닫으니 우리도 영업을 중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손님 반 토막" 2.5단계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

서대문구 신촌 인근 번화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2.5단계로 인한 영업 제한을 받지 않는 개인 카페 내부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이날 오후 6시께 최대 50여명이 머물 수 있는 신촌의 한 개인 카페에는 단 5명만이 있었다.

12년째 이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김모(43)씨는 "2.5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개인 카페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아 문의 전화가 계속 온다"며 "요즘 밖에 사람이 잘 안 돌아다니니 별다른 반사이익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오늘 매출은 코로나 이전의 반의반도 안 될 수준"이라며 "2, 3월에 급감했다가 여름 들어 70% 정도까지 회복했지만, 광복절 이후로 다시 곤두박질했다"고 말했다.

평일 저녁과 주말이면 수많은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거리'는 홍대와 신촌보다도 사람이 더 적었다.

5분여간 이 거리 입구에 서서 지켜봤더니 걸어다니는 사람이 단 10여명에 불과할 정도였다.
"하루 만에 손님 반 토막" 2.5단계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

이 거리의 한 일식 식당에는 오후 6시 30분께 12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5년째 이 점포를 운영한 양모(41)씨는 "지난 2주간 계속 손님이 없었는데 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우리 가게는 아직 그나마 식사하러 오는 손님들이 있는데, 주변 술집들은 아예 개점 휴업 수준이라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꺼진 강남 '불야성'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이 익일 오전 5시까지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하도록 영업이 제한되는 오후 9시를 한 시간 앞둔 시각. 평소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던 강남역 인근 유흥가는 한산했다.

취재진이 찾은 강남역의 한 지하 주점은 30개가량의 테이블 중 2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다.

점장 이모(34) 씨는 "손님들이 일찍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고 해가 지기 전에 들어와서 7시쯤 대부분 나갔다"고 말했다.

손님이 절반 이상 차 있는 한 술집도 오후 9시가 가까워지자 테이블이 하나둘씩 비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손님 반 토막" 2.5단계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

영업 종료 시각 10분 전이 되자 직원들은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저희 영업 끝났습니다"고 안내했다.

한 일행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느냐"고 놀라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8시 50분까지 6개 테이블이 식사하고 있던 인근 한 고깃집도 9시가 가까워져 오자 점원들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영업 종료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손님들은 하나둘씩 계산을 마치고 아쉬운 표정으로 가게를 빠져나갔다.

한 손님은 "9시까지 결제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점원과 짧게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이내 수긍하고 가게를 떠났다.

점장 김모(30)씨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구청에 신고가 들어갈 수 있어서 서둘러 영업을 마쳤다"며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8월 들어서 다시 확진자가 늘면서 반의반까지 줄어서 인건비도 못 건진다. 이대로 가면 정말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9시가 되자 한적하던 거리는 일순간 활발해졌다.

대부분 영업이 끝난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이었다.

지인 2명과 함께 호프집에서 나온 회사원 윤모(29) 씨는 "가게들이 모두 9시까지밖에 안 열어서 별수 없이 일찍 집에 들어가려고 한다"면서도 "평소 같으면 간단히 '2차'까지 하고 들어갈 텐데 아쉽다"며 지하철역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9시 30분이 되자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 술집과 음식점 대부분 불이 꺼졌다.

불야성을 이루던 평소 저녁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단 대부분의 편의점은 야외 테이블이 없거나 가게 안에 치워놓은 상태였지만, 일부 시민들은 9시 이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하루 만에 손님 반 토막" 2.5단계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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