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부 공공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이 사흘째 접어들면서 전국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경기 의정부 장암동에 사는 심정지 환자 30대 A씨가 응급 치료를 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해 사망했다. 유가족은 이날 오전 5시1분께 A씨의 심정지 사실을 소방서에 신고했다. 5시10분께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가슴 압박 등 응급조치를 한 뒤 환자를 이송했다. 하지만 의정부 시내 4개 병원에서 ‘이송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5시43분에서야 18㎞ 떨어진 양주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심장이 회복되지 않아 A씨는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전날 부산에서도 40대 남성 B씨가 3시간 동안 응급처치를 받을 병원을 찾다 사망했다.

응급실뿐 아니라 일반 외래 진료와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 이미 예약한 진료나 수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어서다. 양현정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지난 21일 전공의 파업 이후 입원, 진료, 수술 일정이 한두 달씩 연기된 데다 신규 환자는 아예 접수하지 않는 병원도 많다”며 “암환자들은 제때 수술받지 못해 신체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안양의 한 지역 커뮤니티에 “서울대병원에서 다음달 2일로 예정된 27개월 아기 수술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환자를 외면한 의사 책임”이라고 적었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로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시민단체들은 의사들에게 환자를 먼저 살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12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전날 의사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진료 거부 강행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려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26일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들이 총파업으로 환자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이 없다”고 성명을 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