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를 발표했지만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당초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교체되는 인사 전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인사와 관계없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처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현 수사팀은 지난 6월 초 일찌감치 수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 26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두 달간 최종 결론 발표를 미루고 있다. 다른 사건은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1~2주 안에 결론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검찰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수사심의위 의견을 수용해 이 부회장을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한다면 지난 1년8개월 동안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기소를 강행하자니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수사팀이 최근까지 회계·경영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묻는 등 신중을 거듭하는 이유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에 따르면 원래 검사는 내사 또는 수사가 부당하게 장기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법조인은 “피의자에게도 신속하게 수사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한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도 “기업은 부를 창출하는 중요한 생산단위인 만큼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기업 수사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미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검찰 편의주의는 검찰의 오랜 병폐로 지적된다. 한 변호사는 “몇 년 전 검찰이 1년가량 묵혀둔 사건의 최종 결론을 내겠다며 의견서 제출을 갑자기 요청해 20장짜리 의견서를 냈는데, 두 시간 만에 기소 결정을 내렸다”며 “사건을 질질 끌던 검찰이 인사 이동을 앞두고 급하게 결론을 내기 위해 요식행위로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을 뿐, 내가 낸 의견서를 제대로 검토도 안 한 것 같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의 주임검사인 이복현 부장검사가 이날 대전지검으로 전보 발령이 난 만큼 일선 검사들의 인사 이동과 관계없이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 검찰이 더 신중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