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진 이화의대 학장이 2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긴급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재진 이화의대 학장이 27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긴급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오는 9월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장과 원장들이 모인 KAMC는 27일 서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모아놓고 두 달에 걸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다"며 최소 2주 이상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9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전일 밝혔다. 이에 KAMC는 "현재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정상적인 실기시험이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 총 3000여명 중 시험을 취소한 2700명을 제외한 300∼400여명의 학생은 시험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이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2단계 거리두기를 기준으로 시험을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 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될 수도 있는 만큼 응시 환경을 바꿔야 한다"며 "3단계에 맞는 방역 기준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KAMC는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 지난 18일 성명서를 내고 "대정부 요구는 선배 의료계에 맡기고 본연의 학업에 전념할 것을 권유한다"고 당부했다. 이번에 방침을 바꿔 시험 연기를 주장한 이유로는 "그간 의-정 협의에 진전이 없어 교수들이 직접 나서 학생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정부의 졸속정책이 의대생들의 교육 현장을 떠나 집단행동에 나선 원인이라고 규탄했다.

KAMC는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안을 "졸속으로 수립됐다"고 규정하면서 "의학교육 전문가가 포함된 의정 협의체와 원점에서 재검토해 의대생들을 교육현장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 3000명의 새내기 의사가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 필요한 인턴, 공중보건의, 군의관 수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태로 의사양성이 중단된다면 의료공백과 의학교육 부실이 발생하고 그 책임의 중심에는 정부가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KAMC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오늘 오전 국시원에 제출했고, 그 공문이 보건복지부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