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슬람사원 난사 백인우월주의자에 종신형(종합)

51명 총기 살해에 생중계까지…뉴질랜드 사상 첫 가석방 없는 종신형
아던 총리 "살아서 바깥세상 못 볼 것"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총기 난사로 51명을 살해한 백인우월주의자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크라이스트처치 고등법원은 27일(현지시간) 지난해 3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호주 출신의 피고인 브렌턴 태런트(29)을 상대로 이같이 선고했다고 뉴질랜드 언론과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머런 맨더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세살짜리 아이가 두려움에 아버지의 다리에 매달렸는데도 살해한 피고는 비인륜적인 행동을 했다"며 "당신은 살인자일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로 뉴질랜드의 생활방식을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맨더 판사는 "범죄가 너무 사악해 목숨을 다하는 날까지 철창에 갇혀 있다고 해도 감당해야 할 형벌의 요구량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희생자 가족들은 판결이 내려지는 순간 잠시 술렁이기도 했으나 태런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태런트의 국선 변호사 피프 홀은 맨더 판사의 선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태런트는 선고를 앞두고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 질문에 큰 흔들림이 없는 목소리로 '없다'고 대답했다.

비(非)서방 이민에 반대한다고 밝힌 총격범 태런트는 자신이 필요한 일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다가 지난 3월에야 51건의 살인, 40건의 살인미수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다.

저신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에서 처음 있는 범죄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판결이 나왔다"며 "그가 두 번 다시 살아서 바깥세상의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한다"고 밝혔다.

또 뉴질랜드제일당 대표이기도 한 윈스턴 피터스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태런트가 뉴질랜드인들이 낸 세금으로 복역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그를 호주로 보내 형기를 살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던 총리는 그러나 지금 신병 인도 문제를 논의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태런트는 지난해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이슬람 사원 두 곳을 돌아다니며 무차별 총격을 가한 데다 이를 자신의 헬멧에 부착한 카메라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에 생중계까지 했다.

당시 그는 범행을 위해 반자동 소총과 산탄총을 포함해 모두 5정의 총기를 준비했으며, 정부는 이 사건 이후 대대적인 불법 무기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