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이틀째,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 지 이레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전공의를 시작으로 개원의와 전임의까지 집단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을 '4대악 정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의료계는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강대강'으로 맞서는 중이다.

◇ 의사 수 부족 vs 분배의 문제…지역 불균형엔 '공감'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쟁점은 국내에 의사가 부족하냐에 대한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정부는 2018년 기준 국내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는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하므로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별 의사 수 격차가 심각하다는 이른바 '수도권 쏠림 현상' 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보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16.9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지역 의사 부족은 분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양측의 주장에서 보듯 정부와 의료계 모두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인기 진료과목에 의사들이 쏠리고, 흉부외과 등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의사를 먼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비인기 진료과목과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의 지적에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최근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시설 및 장비 개선, 인력 보강, 지역 우수병원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간 공방은 이제 무엇을 '먼저' 하느냐의 문제,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 공공의대 설립…추진 전부터 '잡음'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은 정부가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상했지만 추진 전부터 잡음이 만만치 않다.

공공의대는 역학조사, 감염내과 전문의 등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 분야 의료인력을 양성한 뒤 '의무 복무' 하게 하는 제도다.

전북 남원의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석사 및 박사 학위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원이므로,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다.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아 선발기준이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복지부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발하겠다고 설명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 송구하다"며 "공공의대 입학생들이 목적에 맞도록 선발되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선발기준 외에도 공공의대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필수 전문과목 및 감염병 대응 공공보건의료인력 부족의 문제는 공공의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우선 공공의대 정원이 소수(49명)이고, 이들이 10년 의무복무 기간 이후에도 그 지역에서 근무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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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약 급여화…국민 부담 개선 vs 항암제부터 급여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의협은 재고할 여지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첩약은 여러 가지 다른 한약 제제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건보 적용 요구가 높은 첩약에 대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시범사업 추진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의협은 첩약에 대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첩약 급여화는 더는 논의할 여지 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전협 역시 한의학과 관련된 부분은 과학적 검증으로 철저한 평가와 분석 후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암 환자에 쓰는 면역항암제 등에 대한 건보 확대도 요원한 상황에서 첩약에 급여를 해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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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진료 육성…추후 논의·협의해야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화 처방이 한시 허용되고 있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인 만큼 추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형병원보다 동네의원의 반대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의협에서는 비대면 진료 도입이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물리적 의료접근성의 차이만 없애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면 진료'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오진 가능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기술 진보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부에게 일을 몰아주거나 산업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국민이 신속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화상으로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비대면 의료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국민의 건강권 증진을 최우선 가치로, 개업의들이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큰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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