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 3인 제언…"확진자 급증하면 사회·경제도 멈춰"
"2단계 효과 나타날것…3단계 여파 만만치 않아 격상 어려울 듯"
[전문가 진단] "이대로는 확산세 못 꺾는다…거리두기 3단계 시급"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7일 400명을 넘어서면서 현재 2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재 대응 수준으로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코로나19 환자 증가 추세를 꺾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일상 곳곳에서까지 발생하면서 역학조사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데다 자칫 의료체계 붕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지난 23일 전국으로 확대한 거리두기 2단계의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 수 있고, 확진자 발생 규모가 2∼3월 대구·경북 대유행(2월 29일 909명으로 정점) 때처럼 폭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만큼 3단계 격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음은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등 감염병 전문가 3인이 27일 제시한 상황진단과 제언이다.

◇ 엄중식 "추석 전에 확산세 꺾어야…3단계가 유일한 방법"
많은 전문가가 거의 2주 전부터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다.

현재 방식으로는 단기간에 증가세를 막을 수가 없다.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렸을 때 발생할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느라 망설이는 것 같은데 이는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3단계로 올려도 확산세를 꺾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

지금 시작하면 추석 전에나 확진자 수가 떨어질 텐데, 추석 때 이동량이 많아지면 다시 증가하게 된다.

이 상황이면 대학 수능도 못 본다.

아직 정점이 아니다.

대구·경북 때보다 확진자가 2배 더 나올 수 있다.

수도권은 인구 규모가 더 크고,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환자가 너무 많다.

너무 많이 퍼져있는 상황이다.

특히 60대 이상 등 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40% 정도로 나오고 있어 중증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사망자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의 병상을 돌려써야 한다.

다른 병을 앓고 있는 환자 중에서도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 진단] "이대로는 확산세 못 꺾는다…거리두기 3단계 시급"
◇ 김우주 "3단계 올려 환자 줄여야 사회·경제도 회복"
3단계로 올려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은 것 같다.

정부는 사회·경제 때문에 3단계 격상에 신중하다고 하지만,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 사회·경제도 회생할 수 없다.

대구·경북 유행 때를 보더라도 당시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하고 방역 대응을 했기 때문에 환자를 줄였고, 4∼5월 잠시나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방역이 잘 돼야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환자가 계속 늘면 경제도 회복이 안 된다.

3단계를 '봉쇄'라고 보고 있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3단계 지침을 보면 뉴질랜드처럼 이동제한 등의 명령을 수반하지 않는데 마치 3단계로 격상하면 생활이 멈추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2단계를 계속 고집하다가는 정말 봉쇄에 준하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

◇ 정기석 "2단계 효과, 곧 나올 것…거리두기 단계 촘촘히 짰어야"
7월 말, 8월 초를 전후해 방역 대응에 '방심'하면서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광복절 연휴를 전후해서 확진자가 크게 늘었지만, 당시 감염된 사람들의 잠복기 발현 시간을 고려한다고 하면 내일, 모레까지는 '피크'를 찍을 수도 있겠지만 대구·경북의 유행 상황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수도권에서는 지난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올라간 만큼 이제 효과가 나올 때가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방역에 주력하고 시민들이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면 관리가 가능하다.

최근의 확산세를 보면 서울·경기지역의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올리면서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다.

2단계로 올리려면 정부가 앞서 제시한 안대로 고위험시설의 영업을 중단하는 '제대로 된' 2단계를 해야 했다.

당시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제대로 된 2단계가 아니라 1.5단계에 그친 바람에, 정식 2단계를 시행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됐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거리두기의 단계를 보면 3단계로 가기는 쉽지 않다.

3단계를 올리는 것은 방역 인력이 감당하지 못해 감염 원인을 못 찾을 때, 또 중환자를 비롯한 병상이 포화했을 때 고려해야 하는데 그에 따른 여파가 만만찮다.

애초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만들 때 사회·경제적 영향을 촘촘히 분석해 5단계 정도로 설계했어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