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모여 흡연하고 마스크 없이 산책하고…거리두기 무색
"바깥인데 안전하지 않나요?"…코로나19 느슨한 '실외 경각심'
"바깥에 모여 있는 건 실내에 비해 안전하지 않나요? 코로나 걱정은 크게 안 됩니다.

"
지난 24일 정오께 경기 성남시 판교역 3번 출구 앞 흡연 인파 속에서 걸어 나온 직장인 김 모(30)씨는 밀접 접촉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듯 이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는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 30여명이 50㎝가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다닥다닥 모여있었다.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거나 아예 벗어 한 손에 든 사람들 대부분은 흡연하는 내내 옆에 선 동료와 대화를 이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에 대한 경각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처에 서 있던 조모(64)씨는 "아무리 바깥이라도 요즘 같은 시국에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너무 무섭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23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처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됐지만, 길거리나 공원 등 실외에서는 개인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1m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거나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9시께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원에서 밤 산책을 즐기던 시민 상당수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조깅하는 사람들이 좁은 산책로를 지나갈 때 마주 걸어오던 이들과 거리 두기는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공원 한쪽에서 운동 기구를 이용하던 시민 3명도 마스크를 턱 밑까지 내린 채 대화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손에 쥐고 벤치에 앉아있던 60대 A씨는 "잠시 후 손주들을 만나러 가야 해서 공원에서도 되도록 마스크를 쓰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벗게 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아예 벗은 상태로 공원을 나선 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도 많았다.

공원 근처 한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나오는 중년 남성의 얼굴에서도 마스크가 없었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에게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하지만, 막무가내로 매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답답해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홍천 캠핑장 감염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실외에서도 1m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는 데 더불어, 불필요한 외출이나 소규모 모임까지 자제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