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선 실형…항소심 재판부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증거 능력 없어"
대기업 기술 해외 유출 혐의 중소기업 대표 항소심서 무죄
대기업 화학제품 제조공정 기술을 빼돌려 해외에 유출한 혐의로 실형과 집행유예 등을 받은 중소기업 대표와 대기업 전 임직원 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이 사건 증거를 확보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부(이우철 부장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중소기업 대표 A(67)씨와 대기업 전 임직원 B(61)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대기업에서 폴리옥시메틸렌 제조공정 관련 주요 도면이나 매뉴얼 등을 빼돌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이나 이란 등 업체에 유출하거나 유출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실제 해외업체와 225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이 중 148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들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B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피고 측은 그러나 검찰이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수집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당초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봤다.

수사기관이 일부 압수수색 대상 장소에서 합당한 이유 없이 영장 사본을 A씨 측에 제시했고, 혐의 내용과 상관없는 자료까지 압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압수수색 장소에서 복사한 자료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다시 복사·탐색·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측 참여를 배제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압수 대상과 방법을 준수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획득한 진술 등 2차 증거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검사 측은 상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