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방역비용을 지난달부터 올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원금은 줄였지만 방역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교회발(發)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방역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중교통이 집단감염의 또 다른 창구가 되지 않을까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지원금 감소로 방역 질 떨어져”

17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매달 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방역비용은 올 상반기 버스 한 대당 인건비 12만9000원, 물품비 2만60원이었다. 시가 지출한 시내버스 방역 인건비는 월평균 약 9억원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인건비 6만4878원, 물품비 1만3145원으로 절반씩 줄였다. 그럼에도 시는 버스업체들에 매 회차 시 버스 안 손잡이와 봉, 의자 등을 소독해야 한다는 방역 기준은 그대로 준수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지원금이 줄어든 버스 업체와 하청업체가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 방역업체 대표는 “지원금이 줄었다는 7월부터 버스 업체에서 기존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계약을 요구했다”며 “버스 한 대당 투입하는 작업자를 줄이고, 현장 근로자 임금을 30%가량 낮춰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역업체 관계자도 “작업자를 줄이니 방역 작업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며 “기존에는 손잡이에 소독제를 뿌리고 수건으로 닦았다면 이제는 소독제만 뿌리는 식으로 보여주기식 방역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복지 사업 치중…방역 예산 확보 못해

방역 예산이 ‘펑크 나긴’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6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8월(2개월분) 지하철 방역 비용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시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4차 추경안에도 9월 이후 지하철 방역 비용은 포함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이 빠듯해 재난관리기금을 끌어와 방역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난관리기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이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금을 가져다 쓴 데다 올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복구 비용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서울시 재난관리기금은 이미 75%가량 소진됐다. 남은 기금도 모두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매년 재난관리기금의 15%는 의무예치금으로 분류해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선심성 복지 사업을 펼치는 데 치중하다가 가장 기본적인 방역 예산 편성을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에만 세 차례 추경을 편성해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6조원 넘게 추가 확보했다. 이 예산은 재난긴급생활비 지급과 단기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배정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