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억울함 누그러지자 애써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함 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색 차질 생길 우려…"외부인 방문 자제해달라"

"애타고 초조하죠. 하지만 꼭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요.

"
"애타지만 포기하지 않아" 의암호 실종자 가족 열흘째 기다림
강원 춘천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열흘째인 15일 경강교 아래 꾸려진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만난 실종자의 아내 A씨는 지친 기색에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세차게 내리치는 폭우가 텐트를 때려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지만 A씨는 담담하게 뉴스를 지켜보며 수색 상황을 확인했다.

사고 당일인 6일 대책본부 한쪽에 꾸려진 대형 텐트에는 실종자 5명의 가족으로 붐볐다.

그들은 황망한 소식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수색당국에 하소연하기도 하며 뜬눈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어느덧 열흘이 지나고 이제 텐트에는 실종자 2명의 가족이 남았다.

이들은 때마다 수색당국과 구조 상황을 얘기하고, 때로는 수색 현장에 동행하면서 아버지가, 오빠가, 남편이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렸다.

곁을 지키던 다른 실종자 가족이 빈소로 발걸음을 옮길 때는 '저쪽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초조함이 밀려들었다.

"애타지만 포기하지 않아" 의암호 실종자 가족 열흘째 기다림
아침마다 북한강에 짙게 내리깔리는 안개는 야속했다.

흐르는 흙탕물이 미웠다.

하지만 하루씩 지나면서 분노와 억울함이 차차 사그라들자 안개와 흙탕물을 헤치고 애쓰는 사람들이 보였다.

감사함이 밀려들었다.

다행히 사고 당일 북한강 수위는 9.17m까지 차올랐지만 이날 오전 2.7m까지 낮아졌다.

사고 이래 최저 수위다.

강물에 잠겼던 뭍이 1m가량 드러나자 수색당국은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의암교부터 경강교까지 물과 뭍이 맞닿는 수변을 집중해서 수색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날 좋은 소식이 찾아오길 함께 기다리고 있다.

다만 수색본부에 외부인이 찾아오지 않길 바라고 있다.

전날 춘천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명 발생하면서 혹시라도 수색당국에 확산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수색 현장으로 퍼진다면 수색작업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격려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방문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누리꾼들에게는 의암호 사고 관련 기사에 무책임한 댓글을 적지 말라고 부탁했다.

또 다른 실종자의 동생 B씨는 "실종자 가족이나 유가족들이 관련 기사를 유심히 살펴본다"며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게 달린 악플들에 (우리들은) 마음을 심하게 다친다"고 말했다.

특히 "댓글로 정치 갈등이나 젠더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당장 멈춰달라"고 부탁했다.

"애타지만 포기하지 않아" 의암호 실종자 가족 열흘째 기다림
다른 실종자 가족은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추측성 기사를 지양해달라고 언론에 당부했다.

그는 "사고 원인과 작업 책임을 두고 많은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며 "현장에서 애쓰는 사람들은 이를 보고 힘 빠지는 모습을 종종 봤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빠르고 안전한 수색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을 정부와 춘천시, 수색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사고수습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남은 실종자 2명을 찾기 위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수색에는 소방·경찰·해경·군·시청 등 인력 1천491명과 차량·보트·헬기·드론 등 장비 197대가 동원됐다.

다만 수색 현장에 안개가 채 걷히지 않고 비가 내려 드론과 헬기 등을 통한 항공 수색은 기상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이뤄질 예정이다.

"애타지만 포기하지 않아" 의암호 실종자 가족 열흘째 기다림
수색당국 관계자는 "이날이 사고 이래 가장 수위가 낮은 만큼 미처 보지 못했던 1m를 최대한 빠르고 정밀하게 확인해 실종자들을 구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 34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됐다.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돼 이날 현재까지 1명이 구조되고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2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