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등 40여명 파도 소리 자장가 삼아 잠 청해
등댓불과 별빛 어우러진 아름다운 독도의 밤
우리나라 가장 동쪽에 있는 땅 독도는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만큼 질 때도 가장 먼저 질 것 같은데 한여름이라 그런지 오후 7시 넘어서까지 꽤 밝았다.

망망대해에서 서로 마주한 두 개의 큰 섬이 장애물 없이 사방으로 탁 트여 있어 육지의 산골 마을보다도 더 오래 밝은 기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기자가 독도를 찾은 13일에도 오후 8시 가까이 돼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어둠이 사방으로 깔렸다.

밤을 맞은 독도는 해변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로 가득했다.

"처얼썩 처얼썩 쏴아∼∼"
학창 시절 배웠던 한 세기 전 시 구절에 나오는 의성어가 실감 났다.

파도 부서지는 소리에 잠시 눈을 감고 상념에 젖었다가 눈을 떠보니 동쪽섬 꼭대기에서 환한 불빛이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등대원 3명이 일하는 독도 등대가 그렇게 묵묵히 제 일을 해내고 있었다.

등댓불이 없으면 이곳에 섬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깜깜한 밤이었지만 이날은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들도 반짝반짝 빛나며 등댓불과 어우러졌다.

어느 순간 동쪽섬 옆으로 밝은 불빛이 비치더니 어선 한 척이 나타났다.

오징어 채낚기 어선 1척이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독도의 한 귀퉁이를 환하게 비춰주고는 서서히 사라졌다.

이윽고 밤 10시가 되자 독도경비대 숙소의 불이 꺼지고 경비대원 30여명이 취침에 들어갔다.

맞은편 서도에 있는 주민 숙소에도 불이 꺼졌다.

서도에 있는 숙소에는 주민 2명과 울릉군청 공무원 2명이 상주한다.

이날은 숙소 에어컨을 수리하러 왔다가 파도가 높아 육지로 돌아가지 못한 2명 등 외부에서 온 방문객 6명도 함께 숙소에 머물렀다.

이날 9일 만에 겨우 선착장에 배를 댈 만큼 요즘 독도 앞바다 파고가 높은 편인데 방문객들은 언제 육지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초조한 밤을 보냈다.

8월 어느 날 독도의 밤 풍경은 그런 초조함을 잠시나마 달래줄 만큼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