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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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유용, 부실회계 의혹 등을 받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이 정의연 의혹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지 3개월 만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의원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윤 의원은 정의연 이사장 재직 당시 개인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하고 기부금을 부실회계 처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 안성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2013년 7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4억2000만원에 매각해 정의연에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최지석 부장검사)는 지난 5월 중순께 정의연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행동하는 자유시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등 시민단체가 윤 의원과 정의연을 횡령·배임·기부금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접수된 윤 의원 관련 고발 사건은 10여 건이다.

검찰은 그동안 세 가지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부실회계 처리, 안성쉼터 고가 매입 의혹, 개인계좌 후원금 모집 등이다. 검찰은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평화의 우리집(쉼터)', 힐링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대검 소속인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까지 파견 받아 정의연 및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전신) 회계 자료와 법인·개인 계좌 등을 집중 조사했다.

지난 6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유가족, 정의연 회계 담당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2)의 양아들 황선희 목사(61) 부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길 할머니가 매달 받은 정부 보조금과 숨진 마포 쉼터 소장 손모씨와의 관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9일에도 '평화의 우리집'에서 7년 간 일한 요양보호사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7시간 동안 조사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세달 가까이 되도록 윤 의원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당 소속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부실회계 등 '정의연 사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에서 시작됐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정의연·정대협 관계자들이 기부금 등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윤 의원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계좌 모금을 제외한 모든 의혹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선 "직을 핑계로 (검찰 수사를) 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날 서부지검은 윤 의원의 소환 여부에 대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양길성/김소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