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헌법상 영장주의 오염"…이태종 "아무리 몰아가도 진실 못 감춰"
사법농단 관련 사건 중 네 번째로 9월 18일 오전 선고
이태종 전 법원장 징역 2년 구형 "중대 범죄" vs "검찰권 남용"(종합)
법원 내부 비리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수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60)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법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법원에 집행관 사무소 비리와 관련한 영장 청구서가 접수된 것을 계기로 수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며 "그 과정에서 체포영장 발부 사실이 유출돼 대상자가 도망하기도 했고, 질책을 받았던 영장 담당 판사는 자신의 영장 발부율을 낮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상 영장주의의 취지를 오염시켰고,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범행은 매우 중대하다"며 "그럼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일반인도 아닌 현직 고위 법관이 죄책을 면하기 위해 헌법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법관들과 법원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책임을 미룬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범행 후의 정황도 유리하게 참작할 부분이 없어 엄중한 사법적 단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10∼11월 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영장 사본을 입수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하는 등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 사무국장 등에게 영장 사본 등을 신속히 입수·확인해 보고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이 전 법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검찰 수사 상황을 각급 법원 사무국장들에게 전파하는 등 법원이 조직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의심한다.

반면 이 전 법원장은 비리 사실을 파악하는 즉시 징계 절차에 착수하는 등 수사 무마에 나선 적이 없고, 불법적인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이 전 법원장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은 특정한 목적과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수사한 끝에 법원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하지만 재판을 진행한 결과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전부 탄핵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의 수사·기소는 검찰권이 제대로 행사된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검찰권을 남용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전 법원장은 또 "검찰은 수사 절차에서 객관 의무를 위배해 당시 근무한 법관 등의 사소한 흠을 잡아 겁을 주고 회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일을 했음에도 고초를 당한 직원들과 법관들을 지켜주지 못해 참담하다"며 "그들이 조사 때 받은 두려움, 모멸감, 수치심을 생각하면 법조 선배이자 기관장으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의 밀행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검찰이 수사 때에는 영장 집행 사실과 혐의사실을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흘려 사실처럼 중계되도록 했다"며 "심지어 영장이 기각된 사실까지 언론에 제공해 여론 몰이로 법원의 영장 발부를 압박했다"고도 비판했다.

재판부는 9월 18일 오전 이 전 법원장의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사건들 가운데 네 번째 선고다.

앞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등 세 건의 사건에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