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뒤 직위해제…경찰청 감찰부서, 엉뚱한 업무비 사용 지적
소속 경찰서는 인권 침해적 대책 추진…특별조사팀 "감찰 개혁방안 마련"
먼지털이식 감찰에 "숨 막히는 불면"…극단선택한 경찰관(종합)
음주운전 사고로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강원 고성경찰서 A 경위는 음주운전과 관련이 없는 '별건 감찰'과 '먼지털이식 감찰'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전국경찰직장협의회발전위원회(직발위)에 따르면 A 경위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 해소를 위해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과 직발위 관계자로 꾸려진 특별조사팀은 경찰청 감찰부서에서 A 경위를 상대로 이 같은 감찰을 벌였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은 "진상조사 결과 본청 감찰은 음주운전과 직접 관련 없는 사항을 확인하는 '별건 감찰' 또는 '먼지털이식 감찰'로 보이는 점검을 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상응한 책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청 감찰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치를 위해 신속히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를 열어 그 권고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감찰 개혁을 추진했으나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찰 기능'에 대해 시민사회와 외부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현장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찰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이행 여부도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경찰 음주운전이나 성 비위도 절제된 감찰과 조직 구성원의 인격권 존중을 기본 바탕으로 두고 철저한 원인 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위가 있더라도 직원 개인의 인격권을 존중하고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는 등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먼지털이식 감찰에 "숨 막히는 불면"…극단선택한 경찰관(종합)
인권보호담당관은 별건 감찰 외에 고성경찰서장의 인권 침해적인 대책 추진 등이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A 경위가 음주 사고로 직위해제 된 이후 고성경찰서장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진 공모전'이 열었고,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는 섬뜩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또 휴무나 휴가인 직원들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으며, 내부 게시판에 '음주운전은 미친 짓이다'라는 글을 게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와 별도로 직발위는 '특별조사팀에 합류한 직발위 관계자들의 조사 활동을 고성경찰서장이 방해했다'며 최근 경찰청에 진정서를 냈다.

A 경위는 지난 6월 속초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신호대기 중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이튿날 직위해제 됐다.

같은 달 26일 낮 자신의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숨졌다.

A 경위가 남긴 유서와 수첩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글과 함께 경찰청이 음주운전과 무관한 감찰을 진행해 괴로워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음주운전 혐의와 공금유용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

공무원 신분을 잃고 검찰 수사를 받고 징역형을 살 것 같다'며 숨 막히는 불면과 괴로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유족은 이를 토대로 A 경위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동기에 의문을 제기했고 경찰청은 지난달 6일부터 23일까지 특별조사를 진행했다.

A 경위의 죽음에 먼지털이식 감찰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직발위 관계자는 "단순 자살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경찰조직 내 갑질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가 나왔다"며 "별건 감찰을 금지하는 내용을 훈령으로 만드는 등 문서화할 수 있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