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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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해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에 따라 형사소송법에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명문화된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포괄적 압수수색, 별건 수사 등 무리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가 전날 ‘노조 와해 의혹’을 받는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검찰이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을 위법하게 확보했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은 2018년 삼성전자 수원본사 인사팀 사무실에서 노조와해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영장엔 해외지역총괄본부, 경영지원총괄본부, 법무실 등만 수색·검증 장소로 기재됐을 뿐 인사팀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원은 ‘지나치게 광범위한 압수수색’이라고 봤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다수의 정치수사·특별수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판결문에서도 법원은 검찰의 위법한 수사를 비판했다. 검찰이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다른 내용을 들여다보는 등 별건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권성동 미래통합당 의원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이석채 전 KT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엔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노트북 등을 압수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처분 취소 결정이 나왔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원칙은 2007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됐으며, 같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통해서도 확립됐다. 당초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난 범죄 정황을 발견한 경우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혹은 긴급압수를 한후 48시간 이내에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실체적 규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소 편의주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압수수색은 보통 수사 초기에 하는데, 정확한 범죄혐의와 압수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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