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울산·서산, 긴장 속 폭발 일으킨 질산암모늄 관리 현황 파악 '분주'
최근 5년간 전국 산단 화재·가스누출·폭발 사고 143건, 사상자도 218명
"레바논 폭발 남 일 아니네"…국내 화학공단 긴급 점검 '비상'
"레바논에서 발생한 항구 대폭발 사고는 먼 땅, 남의 나라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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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로 엄청난 인명과 물적 피해가 발생하자 국내 주요 화학공단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레바논 폭발 남 일 아니네"…국내 화학공단 긴급 점검 '비상'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전남 여수시는 레바논 사고 이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여수시는 지난 6일 질산암모늄을 생산하는 여수산업단지 내 휴켐스에 대한 긴급 점검을 벌였다.

질산암모늄은 레바논 폭발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는점검 결과 질산암모늄 생산과 저장, 출하 과정에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회사에 지속적인 안전관리를 당했다.

휴켐스는 연 13만t에 이르는 질산암모늄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하거나 내수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생산 후 3일가량 저장하는데 저장량은 하루 평균 1천300t가량이다.

하얀 쌀 모양의 질산암모늄은 다른 화학물질과 겹합했을 경우 폭발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관계자는 "산단 관계자에 따르면 질산암모늄 자체에 불을 붙여도 폭발위험은 거의 없는데 유류 등 다른 화학물질이 결합하면 폭발 위험이 커진다"며 "휴켐스는 질산암모늄 자체만을 보관하고 있어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폭발 남 일 아니네"…국내 화학공단 긴급 점검 '비상'
국내 액체 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항구와 최대 석유화학 공단이 있는 울산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2019년 9월 28일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석유제품운반선 폭발 화재로 18명이 부상한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선박 탱크에 저장 중이던 다른 화학물질까지 연쇄 폭발이 일어났더라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레바논 사고 직후 시의회는 "고독성·고위험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울산에서는 레바논 항구 대폭발 사고가 먼 땅,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고 우려하며 울산시에 즉각적인 현황 파악과 안전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백운찬 의원은 "남의 집 불구경으로 넘기기엔 너무 불안한 사고"라며 고독성·고위험 화학물질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시와 환경부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10∼28일 관내 질산암모늄 취급 업체를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울산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연간 100㎏ 이상 질산암모늄을 사용하는 등 환경부 영업허가를 받은 업체가 5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가 제조·사용·판매하는 질산암모늄 규모는 총 10만3천t에 이른다.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계자는 "질산암모늄 취급 업체는 매년 한 차례 정기적으로 시설검사를 받고 있고 이번에도 긴급 점검한다"며 "정기검사로 안전 관리를 하기 때문에 레바논 항구 폭발사고 같은 위험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논 폭발 남 일 아니네"…국내 화학공단 긴급 점검 '비상'
대규모 석유화학 공장이 입주한 충남 서산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산시는 레바논 사고 직후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대산공단) 입주기업에 주요 시설 점검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 강화도 당부했다.

지난해 말 대산공단 화학사고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해 시청 홈페이지에 개설한 '사고 대비 물질 위해 관리계획서 주민 고지 코너'가 제대로 작동하고 활용되는 지도 점검했다.

해당 코너에는 대산공단 내 15개 업체 66종 유해화학물질 취급정보와 화학사고 발생 시 행동 요령이 게시돼 있다.

지난 4일에는 행정안전부 주최로 서산시 대산읍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대산공단 사고 발생 대응 태세 점점 회의'에서 시의 대응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서산시 관계자는 "화학 사고를 예방하려면 철저한 시설 점검과 직원 교육이 중요하다"며 "대산공단 입주업체들이 긴장감을 갖고 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산공단 입주기업도 이번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하고 있다.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 등 입주기업들은 임직원이 참여하는 안전점검반을 구성해 주요 시설 안전을 관찰하는가 하면, 출입 근로자 안전교육도 강화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7일 "우리 공장에서는 이번에 베이루트 항구에서 폭발한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지만, 다량의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을 취급하는 만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위험 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관계자도 "이번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계기로 공장에서 다시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고위험 공정과 시설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폭발 남 일 아니네"…국내 화학공단 긴급 점검 '비상'
최근 5년간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로 2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에서 공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단지 안전관리 체계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산단 내 화재·가스 누출·폭발 등 143건의 사고가 발생해 76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다쳤다.

전체 인명피해자 가운데 사망자는 34.8%에 달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화재 사고가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해 40건, 폭발 19건, 가스 및 화학물질 누출 18건, 기타 2건 순이었다.

재산피해액은 488억원에 달했다.

(이은파 전승현 장영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