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 고문', 홍콩 매체에 파기 가능성 흘려 대미 경고
"더 압박하기만 해봐"…무역합의 파기 카드 흔드는 중국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끝없이 격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1단계 무역 합의를 파기해버릴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넌지시 던졌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중국 정부 고문'은 "1단계 무역 합의의 존속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행동에도 달려 있다"며 "만일 현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 중국에 압력을 가하기 원한다면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죽이도록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통하는 것은 교류가 전혀 없는 것보다는 언제나 낫고, 특히 지금처럼 무역 대화가 유일한 (미중 간) 소통 채널일 때 류허(劉鶴)와 라이트하이저의 대화는 좋은 일이지만 중국이 새로운 압력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 관계자의 이런 강경 발언은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점검 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것이다.

최근 들어 민감한 대외 문제와 관련해 익명의 중국 정부 소식통이나 중국 정부의 고문이 SCMP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홍콩의 친중 성향 신문인 문회보(文匯報) 등이 중국의 비공식 메시지 표출 창구 역할을 하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SCMP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듯한 모습이다.

영자지인 SCMP는 여전히 홍콩을 대표하는 정론지로 평가받는다.

다만 중국 본토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인수되고 난 뒤로는 논조가 과거보다는 중국에 우호적인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간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상대편의 갖은 압박이 계속될 경우 이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중국의 무역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지난 6월 "마땅히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공동으로 중미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중국 관리들은 이 같은 말을 반복 중이다.

양국은 지난 1월 15일 1단계 무역합의서에 서명하고 2월에 시행에 들어갔다.

합의서에는 6개월마다 최고위급 회담을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하도록 규정돼있다.

중국의 미국 상품 구매 규모는 1단계 무역 합의 약속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SCMP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중국의 대미 수입이 402억 달러로 연간 목표인 863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상하이의 상품 애널리스트인 다린 프리드리히는 중국이 에너지 상품의 경우 겨우 5%밖에 구매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6∼7월 구매량이 증가했음에도 전체적으로 미국산 대두의 수입 작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미국이 만족스러워 하는 수준으로 확실하게 이행하지도, 대놓고 파기하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로 두면서 미국을 거꾸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밀리면서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재임 중 치적으로 여겨지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강하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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