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중부, 강원 지역에 집중호우가 연일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가 27명으로 늘었고 접경 지역에선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다. 한강 본류도 ‘홍수주의보’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일부터 현재(6일 오후 4시30분 기준)까지 폭우로 1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됐다고 6일 발표했다. 이재민은 1253가구 2161명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645명으로 가장 많고 충남 747명, 경기 428명, 강원 334명, 서울 5명 순이었다.임진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경기 접경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6일 0시를 기해 임진강 하류인 연천 삼화교 일대에 대홍수 경보가 내려지고, 파주 비룡대교도 역대 최고 수위를 기록한 탓이다. 연천 주민 1209명과 파주 주민 257명 등 총 1466명이 이날 새벽까지 긴급 대피했다.강원 지역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인명 피해 등이 발생했다. 이날 춘천 의암댐에서 수초섬 고정작업을 하던 경찰정과 고무보트, 행정선 등 모두 3척이 전복되면서 7명이 물에 빠져 이 가운데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1일부터 6일까지 누적 강우량 700㎜를 넘어선 철원군에서는 5일 둑이 터지면서 한탄강이 범람해 근방 6개 마을 주민이 대피했다. 소양강댐의 방류에 집중호우가 겹치면서 가평의 자라섬, 남이섬 등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한강 본류에는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11시 한강대교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오후 4시 현재 한강대교 지점 수위는 8.52m로 홍수주의보 기준인 8.5m를 넘어섰다.집중호우로 서울 충북 경기 충남 등 지역에서 도로 39곳이 막혀 있고 태백선 영동선 충북선 등 철도 3개 노선 운행도 전체 또는 일부가 중단됐다. 지리산 계룡산 설악산 등 13개 국립공원 347개 탐방로와 충남 충북 경기지역의 상습 침수 지하차도 16곳, 서울 경기 강원 충북지역의 둔치 주차장 93곳도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이날 한강 수위 상승으로 올림픽대로 내부순환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통제되면서 ‘출근길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경기 안양으로 출근하는 양모씨(28)는 “교통 혼잡이 우려돼 오전 6시부터 운전대를 잡았으나 8시30분께가 돼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일 전국에 다시 비이날 낮부터 주춤하던 비는 ‘입추’인 7일 다시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한반도로 다가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충청과 호남, 경북북부에는 시간당 50~80㎜의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7일까지 충청·남부지방에는 50~150㎜(많은 곳 200㎜), 서울·경기·강원지역에는 30~80㎜, 많은 곳은 120㎜의 비가 예상된다.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큰 지방자치단체들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 비용에 대해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지역별 호우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후보지는 음성, 진천, 천안, 아산 등 충청과 경기 지역 등 10여 곳이 거론된다.김남영/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급상승한 것에 대해 "북한의 남북합의를 위반하는 속 좁은 행동에 유감"이라고 말했다.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황강댐 무단방류로 인접 지역에 긴급대피령을 내리는 등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았다"며 "접경지에 비가 많이 내렸고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해 (임진강의) 수위가 올라갔다"고 했다.그는 "재난 당국은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연천과 파주 등 인접 주민에게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며 "남북 수해방지 관련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이 황강댐 방류 시 남측에 사전 통보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원내대표는 "황강댐 방류는 북한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 통보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북한의 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재발방지 요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통일부에는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남북협의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유입·방류량도 최다…연천·파주 저지대 주민 긴급 대피령일부 주택과 상가, 농경지 등 침수 중 당국ㆍ주민 '긴장'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5일 역대 최고치를 넘었다.필승교는 최전방 남방한계선 안쪽에 있어 북한 방류 상황이 맨 처음 관측되는 중요 지점이고 군남댐은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는 중요 시설이다.재난당국은 위기 대응 단계를 최고로 격상하고 경기 연천과 파주 임진강 유역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접경지역 집중호우·북한 황강댐 방류로 수위 급상승한강홍수통제소 실시간 자료에 따르면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12.99m를 기록 중이다.역대 최고 수위이자 위기 대응 최고단계까지 뛰어넘었다.다행히 오후 8시 10분 13.12m로 정점을 찍은 뒤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필승교 수위는 하천 행락객 대피(1m), 비홍수기 인명 대피(2m), 접경지역 위기 대응 관심(7.5m), 접경지역 위기 대응 주의(12m) 등 4단계로 구분해 관리된다.기존 최고 수위는 2009년 8월 27일 10.55m다.필승교는 2013년 6월 옮겨져 측정지점이 기존보다 2m 높아졌다.2009년 기록과 비교하면 이번 수위에 2m를 더해 15.12m로 무려 4.57m가 높다.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필승교 수위 측정 지점 상황이 달라져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존 수위와 비교해 재난에 대비할 때 2m가량 더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임진강 유역에 내리던 비는 잦아들었지만 필승교 수위는 10분당 0.10m 안팎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이 때문에 재난 당국은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데다 북한이 황강댐(북한명 예성강댐)을 방류해 수위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년 만에 군남댐 수문 13개 모두 개방군남댐 수위도 이날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유입·방류량도 역대 최대치다.군남댐 수위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40.14m를 기록 중이다.계획홍수위(40m)를 넘어섰다.초당 1만3천622t이 유입돼 1만3천756t을 방류하고 있다.현재 한국수자원공사 군남댐 관리단은 수문 13개 모두 31m 높이로 열고 임진강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평소에는 중앙 7개만 1.5m 높이로 연다.앞서 이날 오전 3시 20분 제한 수위(상시 만수위)인 31m를 넘은 뒤 10분에 0.1m씩 상승, 오후 3시 35.33m로 최고치를 찍었다.기존 최고 수위는 2013년 7월 12일 35.25m다.당시에도 북한지역 폭우로 초당 8천700t이 군남댐으로 유입돼 8천600t을 방류했다.군남댐 관계자는 "현재 임진강 유역에는 비가 잦아들고 있어 북한 접경지역 폭우 영향으로 유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수문 13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군남댐 방류량이 늘면서 댐 하류 수위도 올라 연천·파주지역에 비상이 걸렸다.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파주시 임진강 비룡대교 일대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임진강 상류에 지난 1일부터 닷새간 4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 기간 시간당 최고 72㎜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임진강 유역 주민 대피 기준 비룡대교 수위도 최고필승교와 군남댐 수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임진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저지대 주민들이 만약을 대비해 긴급 대피했다.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은 이날 오후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위기 대응 경계단계(홍수) 경보가 내려지자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파주에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침수 우려 지역인 파평면 율곡리 42가구 주민 68명과 적성면 두지리 7가구 주민 18명이 인근 중·고등학교로 대피했다.문산읍 문산·선유리 저지대 2천254가구 주민 4천228명도 인근 학교와 교회, 친척과 지인 집 등으로 피할 준비를 하도록 했다.연천에서도 군남면 등 6개 면 462가구 980명이 학교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실제 왕징면 등 일부 지역은 주택과 상가, 농경지가 침수됐다.앞서 한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임진강 비룡대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파주시와 연천군은 비룡대교 수위를 기준으로 주민 대피 여부를 결정한다.비룡대교의 역대 최고 수위는 2000년 8월 28일 11.76m다.수위에 따라 관심(6.90m), 주의(9.50m), 경계(13.60m), 심각(13.60m)으로 구분, 주의 단계부터 홍수주의보, 홍수경보, 대홍수경보가 각각 내려진다.비룡대교 수위는 이날 오후 9시 현재 12.11m로 역시 최고치를 넘겼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