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채널A 강요미수 의혹’에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한 검사장 측이 역공에 나섰다. 한 검사장 측은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며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검사는 수사에서 빠져라”라고 했다.

끝내 ‘공범 한동훈’ 기재 못한 수사팀

한동훈의 역공…"이젠 '권언유착' 수사하고 정진웅은 빠져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5일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사팀은 이들의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에 대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본인이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여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충분한 조사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취지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본건 범행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처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사팀이 이번 수사를 4개월 동안 진행한 것을 감안할 때, 옹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팀이 아직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수사팀은 ‘몸싸움 논란’ 끝에 지난달 29일 한 검사장의 유심칩을 압수하고, 전날 이 전 기자의 노트북에 대한 3차 포렌식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등이 지난 2월 부산고검 차장 사무실에서 나눈 녹취록이 유일한 증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부산 녹취록’에 대해서도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수사팀 내부에서조차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언유착 아닌 권언유착이라 불러야”

한동훈의 역공…"이젠 '권언유착' 수사하고 정진웅은 빠져라"
한 검사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애초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중앙지검이 공모라고 적시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거짓보도’에 이성윤 지검장 등 중앙지검 수사팀이 관련 없다면 최소한의 설명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역공을 취했다.

KBS는 지난달 18일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KBS도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후 법조계에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의도적으로 KBS에 잘못된 사실을 흘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검사장은 앞서 KBS 기자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 측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라며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 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도 했다.

한 검사장의 팬클럽인 ‘후니월드’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착이라는 어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언어사용은 국민들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게 된다”며 “언론오보 과정에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언론조작사건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한 검사장 측을 독직폭행한 주임검사 정진웅 부장을 수사에서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의 유심칩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고등검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정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