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소주업체 무학소주…대학 학생회 이용한 황당한 판촉
학생들 "주가 조작 행위와 다를 바 없어…작전주(酒) 아닌가"
학생회 "무학 측 요청"…무학 "판촉 방법 영업점이 왜곡 해석"
도 넘은 소주 판촉 "00소주 없는 술집서 00소주 주문하면 1만원"
"청춘소주 없는 업소를 찾아 청춘소주를 주문한다.

나와서 청춘소주가 있는 다른 업소에서 청춘 소주를 즐긴다.

그러면 1만원을 준다.

"
헛주문에 1만원을 공짜로 준다? 이게 진짜일까?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판촉행사를 기획한 소주업체는 경남에 본사를 둔 무학소주이다.

청춘소주는 경남에 무학소주 제품 중 하나이다.

부산권 소주시장을 놓고 여러 소주업체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는 대학 내부에서 총학생회를 이용한 '황당한 판촉 행사'라는 논란이 일어 다행히 중단됐다.

4일 부산 동아대학교 학생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게시판에 '학생회 한 사람으로 내부고발하겠습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어제 인문대와 자연대 학생회 그리고 좋은데이(무학소주) 관계자가 있는 단톡(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사진에 있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학생회에 이런 걸 요구할 수 있을지 하고 말입니다"고 말하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지금 경제도 안 좋아 가게들이 힘들어하는데 이런 짓을 하라니요.

주류 회사가 제안하더라도 우리는 이런 일은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가 공개한 이 대학 인문대와 자연대 학생회 그리고 무학소주 영업팀 직원이 있는 단톡에 소개된 판촉 행사 시나리오는 이렇다.

첫째 술 약속이 생긴다,
둘째 청춘소주가 없는 술집에서 청춘소주를 찾는다,
셋째 나와서 청춘소주가 있는 업소에서 청춘소주를 즐긴다.

학생회는 단톡방에 있는 학생들에게 청춘 소주가 없는 가게에서 해당 소주를 찾고 나온 뒤 청춘 소주를 마시면 1회에 1인 1만원을 드리며 이 이벤트는 8월 한달 최대 5회까지 가능하며 이 내용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사항으로 남겨달라고 말했다.

이 글이 올라온 뒤 동아대학교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학생회와 주류회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청춘 소주 안 팔아? 다음에 올게요'는 한마디로 점주 협박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생은 "주식으로 따지면 여러 명이 주식을 번갈아 사면서 수요를 증폭 시켜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데 이건 작전주(株)가 아니라 작전주(酒)아닌가요"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결국 판촉 행사는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학생회에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했고, 학생회 간부들은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자연과학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주류회사 관계자가 학생회에 먼저 제안해서 이런 판촉 행사가 공지된 것"이라며 "주류회사에서 보내준 글만 보고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라 구체적인 판촉 방법은 알지 못하며 주류 업체가 학생회만 대상으로 이번 판촉 행사를 벌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청춘 소주를 안 파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청춘 소주가 없는 술집을 가게 되면 해당 소주를 찾으라는 것인데 참가자 모집 글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무학소주 측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 상권을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벌이려고 했던 것을 영업직원이 잘못 해석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무학소주 관계자는 "지역 상권에서 서포터즈나 판촉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청춘 소주를 소비하면 음식비 등을 지원해주는 판촉을 벌였는데 해당 지역 담당 영업 직원이 이를 왜곡 해석해 이런 방식의 판촉을 진행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류업체와 학생회 간 일명 '윈윈(win-win)' 관계 때문에 이런 황당한 판촉이 벌어질뻔 했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학생회 출신 A씨는 "젊은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류업체들이 학생회를 이용하는 문제는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대학 축제서 술을 팔지 못해 과거보다는 부적절한 관계가 많이 줄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류회사 영업 직원과 학생회 간부들 사이에 왜 단톡방이 있는지 일반 학생은 잘 이해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