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 들여 자연 속 같은 복지형방사장 조성…이상행동 치유
사육 곰 430마리 비참한 생활…"정부가 보호시설로 구조해야"

31일 오후 청주동물원의 귀염둥이로 인기 끄는 반달가슴곰 삼형제는 모처럼 방사장에 나와 따뜻한 햇볕을 만끽했다.

웅담농장서 구조된 반달곰 삼형제 청주동물원서 활기 되찾아

'반이'는 통나무 위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달이'는 해먹에 누워 고구마를 어기적거리며 씹었다.

'들이'는 방사장 한쪽에 만들이진 연못에 빠진 사과를 꺼내 먹기 위해 물장난했다.

350㎡의 널찍한 방사장은 삼형제가 마음껏 오르내리도록 통나무를 얼키설키 연결한 나무 구조물을 중심으로 제각각 다른 높이의 해먹 3개가 설치돼 있다.

바닥에는 흙과 바위가 군데군데 놓여있고 곳곳에 싱싱한 풀도 자란다.

삼형제는 이곳에서 통나무를 타거나 땅을 파고 바위 밑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지루해지면 나무 그네를 타거나 놀이통을 흔들어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는다.

웅담농장서 구조된 반달곰 삼형제 청주동물원서 활기 되찾아

이런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권혁범 사육사는 "삼형제가 해맑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진다.

관람객한테도 아이돌 못지않은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삼형제는 2014년 강원도의 한 웅담(곰 쓸개) 채취 농장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4년간 철창에 갇혀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다가 2018년 12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구출됐다.

이곳으로 온 뒤 삼형제는 이상행동을 반복했다.

'반이'는 계속 둥근 원을 그리며 움직였고, '달이'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를 무의미하게 되풀이했다.

4㎡의 좁은 철창에 갇혀 생활하면서 생긴 증세다.

권 사육사는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웅담농장서 구조된 반달곰 삼형제 청주동물원서 활기 되찾아

그는 삼형제를 처음 마주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

난생처음 흙냄새를 맡으며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게 이들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나무에나 오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삼형제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가 다르게 동물원 환경에 적응했다.

일주일가량 지나면서 나무도 능숙하게 타고 놀았다.

동물원 측은 삼형제를 위해 통 큰 선물을 준비했다.

2억원을 들여 삼형제의 집을 동물복지형 방사장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새로 조성된 방사장은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는 대신 흙과 돌로 꾸몄다.

물웅덩이를 만들고 풀도 심어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다.

웅담농장서 구조된 반달곰 삼형제 청주동물원서 활기 되찾아

적은 예산으로 좋은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동물원 직원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했다.

동물 보호단체인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폐소방호스로 만든 해먹을 선물했다.

권 사육사는 "새 방사장으로 옮긴 지 8개월 됐는데, 예전보다 공간이 넓어지고 환경도 좋아 곰들이 훨씬 쾌활해졌다"며 "이전에 보이던 이상 행동도 많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순영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는 "평생 갇힌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라도 제공하려고 해먹을 만들어서 보내주고 있다"며 "자연의 품에 안긴 것은 아니지만, 삼형제가 청주동물원에서 안정을 되찾아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수많은 사육용 곰들이 비좁은 철창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에서 곰 친화적 보호시설을 만들고 순차적으로 사육 곰을 구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를 포함한 동물보호단체가 조사한 웅담 채취용 사육 곰은 아직도 전국에 430여마리가 더 있다.

웅담농장서 구조된 반달곰 삼형제 청주동물원서 활기 되찾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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