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文대통령과 사제관계인 원로 헌법학자 허영 교수 인터뷰

"검찰총장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이 제왕적"
"尹은 대검 앞에 꽃 보낸 국민 뜻 계속 반추해야"
검찰개혁이 화두다. 검찰을 겨냥한 정부와 여당발(發)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법조계 주요 리더들에게 현재 검찰개혁이 옳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먼저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 교수는 독일과 한국에서 헌법을 가르쳤고, 헌법재판연구원장과 검찰미래발전위원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희대 법대 재학 시절 허 교수한테 헌법을 배웠다.
경희대 제공.

경희대 제공.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7일 21차 검찰개혁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검찰총장을 ‘제왕적 총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검찰총장이 제왕적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대통령이 제왕적이었죠. 검찰은 그런 제왕적 대통령의 충견 노릇을 하며,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한다고 비판을 받아왔어요. 개혁위의 전제부터 잘못됐습니다.”

▶개혁위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안을 권고했습니다.

“현재의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검찰청법에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면서 검찰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소속 검사들이) 검찰권을 행사할 때 있어 외압을 차단해주고, 검찰 수사의 동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의미입니다. 검찰총장의 권한을 6개 고검장에게 분산한다면 두 가지가 과연 지켜질 수 있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검찰총장을 현재의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안도 추진 중입니다.

“현재 검찰총장을 장관급으로 예우하는 이유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상호견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기관 내 통제’라고 합니다. 검찰은 법무부 소속이긴 해도 준사법기관입니다. 독립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겠다는 것은 법무부의 하부기구로 만들어 상명하복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조국 수사’ 등을 돌이켜볼 때 검찰권이 남용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찰은 ‘조국 사태’를 시발점으로 정권의 시녀이길 거부했습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유재수 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검찰이 검찰다워진 순간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정권의 철퇴가 내려지기 시작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합니까?

“형사사법 절차를 정권이 아닌 국민 친화적으로 확립해야 합니다. 검찰에 대한 견제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체가 정권이 아니라 시민사회여야 합니다. 저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권고적 효력만 있어 검찰이 안 따라도 그만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해 과반수 정도 결정이 나오면 지금처럼 권고적 효력만 부여하더라도, 예컨대 5분의3 이나 3분의2 이상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기속력을 갖도록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의 수사지휘를 배제하는 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윤 총장에게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 밖입니다. 윤 총장이 당시 떳떳하게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그 분도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롭겠지만 끝까지 버텨서 (각종 외압 속에서도) 2년 임기를 채우는 좋은 선례를 남겨주길 기대합니다. 윤 총장이 검찰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대검찰청 앞에 많은 꽃다발을 보내줬던 국민들의 뜻이 무엇이었는지를 계속 반추하면서 난국을 헤쳐나가길 권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사제관계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독일 유학을 마치고 1972년 경희대 교수로 부임했고 문 대통령은 그해 입학했죠. (문 대통령이) 제 강의도 들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말 잘 하길 바랐습니다. 암만 사제관계라 하더라도 저의 기대에 어긋나기에 쓴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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