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소방서 건설현장 앞에서
노조원 300여명 집단 농성

공사 방해하며 '떼쓰기 시위'
"불법체류자 있다" 신분증 검사

공사 발주한 서울시 '무대책'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금천소방서 건설현장에서 “우리 조합원을 더 채용하라”고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양길성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금천소방서 건설현장에서 “우리 조합원을 더 채용하라”고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양길성 기자

31일 오전 7시 서울 독산동 금천소방서 건설현장 앞. 붉은 조끼를 입은 남성 300여 명이 공사장 출입구 네 곳을 가로막았다. “대오를 짜라. 우르르 몰려올 때가 있다.” 한 남성이 군사작전 하듯 외쳤다. 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우리 조합원을 더 뽑으라”며 아침마다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다. 시공을 맡은 A사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공기에 차질이 생기거나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건설노조 횡포가 국민 혈세로 짓는 공공시설 현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건설 일감이 줄면서 아파트 공사장에만 보이던 ‘떼쓰기 시위’가 관급공사로 확대된 것이다.
강제 신분증 검사에 폭행까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300명(집회신고 기준)은 이날 오전 5시30분부터 금천소방서 건설현장 앞에서 집단 농성을 했다. “우리 조합원을 더 뽑으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지난 29일 집회를 시작해 이날로 사흘째다. 이들은 출입구 양옆으로 50m가량 길게 서 인도를 점거했다. 그 옆으로 경찰 병력 2개 중대(200여 명)가 대치했다. 인도의 5분의 4가량을 가로막은 탓에 시민들은 한 줄로 길을 오가야 했다.

오전 7시가 되자 이들은 10여 명씩 서서 출입구 네 곳을 막았다.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 20여 명의 출근을 막기 위해서다. 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지금 못 들어가니 조금 더 대기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일부 조합원은 입구에서 “불법 체류자가 있는지 보겠다”며 신분증 검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에는 조합원 한 명이 시위 도중 건설사 직원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시공사 관계자는 “해당 사업지는 서울시가 하는 관급공사여서 불법 체류자가 일할 수 없다”며 “근무 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시위 때문에 이틀 내내 공사가 30분씩 늦어져 생산성이 확 떨어졌다”고 했다.
일감 줄며 밥그릇 경쟁 치열
건설노조 횡포는 패턴이 같다. 공사 전부터 하도급 건설업체와 협상한다. 굴삭기 등 조합이 가진 건설장비를 사용하라고 강요한다. 다음은 채용할 노동자 비율을 정한다.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시위에 나선다. 주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시위가 잦았다. 공사비가 수천억원 단위이고 인력 규모도 커서다.

지금은 소규모 공사도 가리지 않는다. 건설노조 수는 늘어난 반면 건설 일감은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 80여 곳 가운데 임금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2017년 3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늘었다. 전국 주거용 건축물 착공 면적은 2015년 6816만㎡에서 지난해 3335만㎡로 반토막났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더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A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190억원인 소규모 공사인데, 골조 공사와 타워크레인 직종에서 13개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급공사에까지 건설노조 횡포가 이어지면서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관급공사는 세금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다. 금천소방서는 금천구에 처음 들어서는 소방서다. 지난해 말 착공해 내년 6월 준공할 예정이다. 시위로 공사가 늦어지면 건설사들은 금융이자, 협력사 위약금 등을 내야 한다. 공사비의 0.1%를 지체보상금으로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경찰은 이날 2개 중대 병력을 투입하고도 조합원들이 공사장 입구를 막은 행위(업무방해) 등은 제지하지 않았다. 발주처인 서울시도 “아직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폭행 등 위법 사안이 있으면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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