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탈법무부화' 필요성 강조한 글도 내부망에 올라와
개혁위 권고안 비판 검사 글에 210여개 실명 댓글…"깊이 공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 변호사)가 지난 27일 검찰총장의 구체적인 사건 수사지휘권 폐지 등이 담긴 권고안을 내놓자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도 28일 "검찰 수사 지휘체계의 다원화 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인 만큼 권고안 등을 참고하고 폭넓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심층적인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히자 검찰 안에서도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김남수(43·사법연수원 38기)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개혁위 권고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지지 댓글 210여개가 달렸다.

다음 달 검찰 정기인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이지만, 모두 실명 댓글이었다.

이들 댓글 중에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후곤(54·25기) 서울북부지검장의 것도 있었다.

그는 "하루하루 사건 처리를 위해 고생하는 후배들이 밤새 고민하며 이런 글까지 써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법무부도 일선 검사들의 충정 어린 목소리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영진(46·31기) 대검찰청 형사1과장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우리가 중대한 일에 대해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종말을 고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며 "그 침묵을 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공봉숙(45·32기) 대검 형사2과장은 "동의하고 깊이 공감한다"며 "통찰력과 용기를 함께 갖춘 분이다.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박재억(49·29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도 "검찰 구성원 대부분 마음의 중심이 국민을 향해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개혁위 권고안 비판 검사 글에 210여개 실명 댓글…"깊이 공감"
이영림(49·30기)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은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하면서도 그 방식에 기생하려는 몇몇 인사들 또한 검사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50·29기) 수원지검 여주지청장도 "동의하고 깊이 공감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남수 검사에 이어 박철완(48·27기) 부산고검 검사도 전날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날에는 임관 4년 차 홍영기(34·변호사시험 6회)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가 "검찰의 민주적 정당성, 민주적 통제 강화에 대한 답이 아니다"며 글을 올렸다.

홍 검사는 "권고안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외쳐온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실상은 '검찰의 법무부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절실히 필요했던 것은 '검찰의 탈법무부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고안 내용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개별 평검사들에게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갖게 된다"며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제목하에 (이런) 안을 만드는 것은 (검찰청법) 개정 목표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를 비롯해 대한변호사협회(이찬희 협회장)도 28~29일 잇달아 논평을 내고 개혁위의 권고안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약화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여권 인사인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1994년부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검찰개혁을 논의했지만, 그동안 논의한 방향과 엇박자가 나는 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영훈 개혁위 대변인은 29~30일 이틀 연속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 특정인을 겨냥한 검찰 힘 빼기가 아니라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