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인터뷰

10년 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시아준수가 국내 초연하는 대작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연을 꿰찼을 땐 시기와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팬덤에 힘입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천석을 전회(15회) 매진시키며 단숨에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손쉽게 얻은 탄탄대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던 20대 초반의 김준수에게 뮤지컬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 하나의 동아줄이었다고 한다.

김준수 "제게 마지막 남은 칼 한 자루가 뮤지컬이었죠"
"(소속사와 분쟁으로) 공백이 있었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해본 적 없는 뮤지컬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잘 해낼 자신도 없었고 두려워서 처음엔 거절했었죠. 모차르트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대본을 읽으며 저를 대입했던 것 같아요.

쉽게 동화됐고, 제가 처한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푹 빠져서 했어요.

"
이듬해 재연을 거쳐 10주년을 맞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시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운 관객 앞에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레게 머리 가발은 쓰지 않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김준수는 오히려 10년 전 그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전 그때로 돌아가 그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었어요.

처음 뮤지컬을 접했을 때라 기술적인 것들이 갈고 닦아져 있지 않았지만, 무대에서 어느 순간 물속에 던져져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고, 그것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 좋았거든요.

"
동방신기를 나와 JYJ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 홀로 처음 나선 무대였다.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도 알았기에 중압감과 스트레스도 컸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넘버를 부르며 쌓였던 울분을 해소하고,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모차르트를 구속하는 아버지 레오폴트를 향해 "왜 사랑해 주지 않나요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 줘요 내 모습 그대로"(넘버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일부)라고 절규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낳아줬다고, 만들어줬다고 그 모든 걸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꿈을 펼쳐나갈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건 감사하지만 틀 안에 가두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지 않고 막을까, 왜 날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 가사를 부르면서 너무 와닿았고, 사실 여전히 울컥하기도 해요.

"
법정 분쟁 끝에 전 소속사와 관계를 정리했지만, JYJ는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하게 됐다.

진실과 거짓과 소문이 구분 없이 떠돌아다녔고 은둔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했는데 뮤지컬 무대에서 팬을 만날 수 있었고, 다시 시상식에 나가볼 수 있을까 했는데 뮤지컬로 시상식에 나가서 좋은 상을 받았어요.

뮤지컬과 뮤지컬 팬이 저를 먼저 사랑해 주셨고, 그래서 제가 뮤지컬을 더 사랑하게 된 거죠."
김준수 "제게 마지막 남은 칼 한 자루가 뮤지컬이었죠"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라이선스 대작 뮤지컬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에도 계속 도전했던 이유도 그렇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창작은 잘해야 본전인 어려운 작업"이라며 "내가 출연하는 작품에 관객이 많이 와 주시면 창작 뮤지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뮤지컬에 더 목맬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잖아요.

방송 출연을 못 하니까.

뮤지컬이 저에게 마지막 남은 칼 한 자루였고, 이걸 놓치면 모든 걸 잃는 절박한 마음으로 올인했고, 그걸 알아주신 것 같아요.

"
간절한 마음 하나로 가장 힘겨웠던 시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 '모차르트!'였다면 '엘리자벳'은 그를 뮤지컬에 도전한 아이돌 JYJ의 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 김준수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해 준 작품이다.

죽음을 의인화한 '토드'는 해외에서는 40∼50대 중후한 배우들이 맡았던 역할이다.

김준수는 개성 강한 허스키한 음성과 춤, 중성적이면서 섹시한 이미지로 젊은 토드를 완성해 냈다.

토드 역으로 첫 주연상을 받은 김준수는 "저 이후 젊은 배우들의 역할로 추세가 변했다고 들었다"며 "뿌듯하기도 하고 뮤지컬 배우로서 잘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김준수의 허스키한 음색이 지금은 그의 개성이자 무기이지만, 시작은 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뮤지컬이었고, 어설프게 성악 발성을 흉내 내며 혼란을 겪고 있었다.

김준수는 "그때 유희성 연출님이 '호불호는 누구나 있고 너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을 꽉 잡을 수 있는 무기를 가진 배우가 돼라', '개성을 살리면 다른 배우가 너처럼 못 한다'고 해주신 말씀에 용기를 얻었고 인생의 모토가 됐다"고 했다.

"10년 동안 당장 닥친 일들을 잘 해내야 했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하는 건 사치였어요.

방송에 나가 뮤지컬 홍보 한 번 해본 적 없는데도 항상 와주셨던 팬이 있었기에 그 감사함을 무대로나마 보답하고 싶어 더 열심히 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이 기특하기도 한데,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해야 하는 걸 알고 시작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관객이 와주시면 그것만으로 감사했고, 앞으로 십년도 똑같은 마음입니다.

"
김준수 "제게 마지막 남은 칼 한 자루가 뮤지컬이었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