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세금인상 등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세금인상 등에 반발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태극기’로 상징됐던 대규모 반정부 집회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전(前) 대통령 탄핵무효 등 정치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던 모습에서 부동산 정책, 정규직 전환 등 경제적 문제에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네이버 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등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다음달 1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이들은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광장에서 모여 더불어민주당사까지 행진을 하고 민주당 당국자에게 김태년 원내대표·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면담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8일과 25일에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부동산 대책 규탄 촛불집회를 연 바 있다.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커진다. 카페 관계자는 “참가 인원 3000명으로 사전 신고했다”며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매주 주말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대책으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현실을 아는지 탁상행정인지 정부에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7시엔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정규직 노조)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정규직 전환 촉구 문화제’를 연다. 노조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창립 이래 공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규직 전환 대상 1호 사업장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규직 전환 모델을 정립할 수 있게 호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060에서 3040으로 ‘세대교체’

현 정부 들어 주말에 열리던 대규모 반정부 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5060 세대가 주도했다. 형사사법기관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집회가 많이 열렸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이 정국에 막대한 파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의 집회는 경제적 의제를 중심으로 3040 청년층이 이끌고 있다. 인국공 정규직 노조는 30대의 젊은 직원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부동산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연령대다. 장소도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을지로와 여의도에서 주로 열린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실정과 불통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여(巨與) 국회와 정부의 횡포에 자신의 이익을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현 정부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직접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정치’가 제대로 현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를 입었다는 목소리는 3040 청년층에서 나오는데 국회의원 평균 연령대는 50대여서 청년층의 ‘분노’가 잘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며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진 경제 상황이 불평등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