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검찰 간부 간 '공중부양' 몸싸움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한동훈 검사장이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중앙지검 형사1부장인 정진웅 검사는 전날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정진웅 부장검사에게 압수수색 전에 변호인에게 전화를 해도 되겠는지 물었다. 허락을 받고 변호인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했다. 그러자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탔다. 그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

위계질서가 강하기로 유명한 검찰 조직에서 아무리 수사대상이라고 해도 현직 검사장이 후배 검사에게 물리적 폭행까지 당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인권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 부장검사도 한 검사장을 덮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잠금해제를 페이스 아이디(아이폰의 얼굴 인식 시스템)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이 증거를 인멸하려고 해 제지했다는 취지다.

정 부장검사는 전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휴대폰으로 변호인에게 연락하기 원해서 그렇게 하도록 했다"며 "한동훈 검사장이 무언가 입력하는 행태를 보여 이를 확인하려고 탁자를 돌아 한 검사장 오른편에 서서 보니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한동훈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그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입수하려 했다"며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같이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의 압수 거부 행위를 제지하면서 압수 대상물을 실효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이었을 뿐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거나, 일부러 한동훈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은 없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사건이 발생한 후 서울 중앙지검 근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 근육통으로는 응급실에 입원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한동훈 검사장 변호인 도착 후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 근육통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았고,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해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정 부장검사는 설명했다.

검찰 간부 간 사상 초유의 공중부양 몸싸움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으로 고소했다.

정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이 '독직폭행'이라며 고소한 것은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둘 중 한명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 부장검사가 먼저 물리력을 사용한 점을 본인도 인정한 만큼 그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이미 압수수색이 예상됐던 만큼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하려면 미리 할 수 있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정 부장검사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설사 정 부장검사의 주장처럼 한 검사장이 현장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버튼을 조작한다고 해도 증거를 인멸하기란 쉽지 않다. 휴대폰을 포맷해도 포렌식을 통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부장. 사진=연합뉴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정진웅 부장.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검사장 폭행 사건은 압수수색 경험이 별로 없는 정진웅의 오버액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검사장 폭행사건이니, 고검에서 철저히 수사해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정진웅이야 '몸싸움'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뎅기열 환자 쇼 하는 것만 봐도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며 "어디서 이상한 정보를 듣고 와서 비밀번호 누르는 걸 초기화 작업으로 착각해 스마트폰을 강제로 빼앗으려고 폭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일단 변호사가 도착해서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있는데, 변호사를 부르는 데에 폭력을 행사했다"며 "증거인멸을 하면 바로 구속될 텐데, 자기를 잡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 앞에서 그 짓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검사장) 유심에서 뭘 찾으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자꾸 기소하라고 다그치는데 마땅한 증거를 못 찾은 모양"이라며 "거짓말로 창작한 '음모론'을 현실로 만들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거기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앞뒤 생각 없이 저지른 일"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다른 글을 통해서는 "검사장이 폭행을 당하는 판인데 일반시민들이야"라며 "범털들은 포토라인에도 안 서고 공소장도 공개 안 된다. 하지만 개털들은 검찰에게 인권 같은 거 기대하지 마세요"라고 비꼬았다.

또 "보셨죠? 자기 편 아니면 검사장도 폭행한다. 이게 조국표 개혁검찰의 모습"이라며 "(한동훈을 폭행한 정진웅은)그 나이에 소파 넘어 플라잉 어택이 가능하신 분이라면 UFC로 나가 국위를 선양하셨어야죠"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