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 생명윤리위에 신고…"한 사람이 100건 넘게 제공하기도"
"폭언·성희롱 의혹 고대 교수, 학생들 유전자 5년간 무단 채취"

학생들을 성희롱하고 폭언을 한 의혹으로 학내 조사를 받고 있는 고려대 의과대 교수가 유전자 불법 채취 의혹으로 또다시 학내 기관의 조사를 받게 됐다.

고대 의대 소속 대학원생 4명은 29일 법의학 교실 교수 A씨가 학생들의 동의서를 받지 않고 유전자 채취를 강요했다고 고려대 기관생명윤리위원회(KUIRB)에 신고했다.

연합뉴스가 확보한 신고서에는 A 교수가 2014∼2019년 최소 22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유전자 활용 동의를 받지 않고 DNA와 RNA(리보핵산)를 채취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담겼다.

이렇게 확보된 유전자 자료가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의료원, 고대의료원에서 합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활용됐다고 한다.

학생들은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하루 5번 유전자 채취를 스스로 하도록 요구받았으며 거절할 경우 교수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도 밝혔다.

또 한 사람이 100건 넘는 유전자 샘플을 제공한 사례도 있으며, 유전자 채취로 신체 일부가 헐어 피가 나는 등 통증을 견뎌야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생명윤리안전법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연구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프로젝트에 동원된 스무명 이상의 대학원생 중 동의서를 보거나 서명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자 B씨는 "교수가 학생들의 유전자를 정신질환자의 유전자와 비교하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채취된 학생들의 유전자는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교군으로 사용됐다.

그는 "A 교수가 학생들에게 '너는 우울한 유전자여서 실험을 잘 못 한다', '너는 막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정상으로(우울증이 아닌 것으로) 나온다' 등의 말을 하며 학생들을 조롱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며 교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면서 "논문에 등재되게 해주겠다며 일을 시켰지만 논문 어디에도 이름이 실려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실험 등에서 생명윤리가 확보됐는지 자체적으로 감독하는 심의기구다.

인체대상 연구나 인체유래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현재 A교수는 이와는 별개로 학생들을 성희롱하고 폭언했다는 신고로 고려대 인권센터와 성평등센터에서 조사받고 있다.

고려대는 학생들과 A교수를 분리하고자 A교수에게 8월까지 자택 근무를 명령한 상태로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A교수의 반론을 듣고자 학교측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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