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반년 넘게 지속하는 가운데 학계에서는 이런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합병원을 신설해 지역별 의료체계를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시대에 감염병 진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튼튼한 지역의료체계 기반이 있어야 제대로 된 감염병 진료를 할 수 있다"면서 "진료권을 세분화하고 2·3차 병원(의료기관) 수를 늘려 고르게 분포하도록 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2차 의료기관은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을, 3차 의료기관은 5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및 의과대학 부속 병원을 뜻한다.

서울의대 교수 "감염병 효과적 대응하려면 종합병원 늘려야"(종합)
◇ 종합병원 수도권 쏠림 현상…거주 지역별 사망률 격차로 이어져
김 교수가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의료공급체계 개선 모형 개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지역별로 종합병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 거주 지역별 사망률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입원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서울에 비해 1.4배, 응급환자 사망비는 대구가 서울에 비해 1.2배 높다고 알려졌다.

2·3차 의료기관이 중증질환 치료를 맡는 만큼, 기관 수 부족은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천과 강릉의 인구는 30만명씩으로 비슷하지만 300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이 없는 이천의 입원환자 사망률은 종합병원이 있는 강릉의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구 1천명당 병상 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역별 불균형은 심각하게 나타났다.

전국을 22개 진료권역으로 나눴을 때 서울은 인구 1천명당 3차 병원의 병상 수가 2.1개이지만 포항은 0.3개로 7배 차이가 났다.

종합병원과 의사 인력 등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은 지금껏 의료계의 고질적인 현상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본격적인 문제로 불거졌다.

코로나19 환자는 중증도와 치료 장소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쓸 정도로 위중하다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을 찾아야 하고, 고농도 산소치료가 필요하다면 300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이 적합한 치료장소다.

그러나 지역별 의료체계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코로나19 중증 이상 환자 140명 중에선 77명(55%)이, 이런 치료가 필요없는 중등 환자 403명 중 128명(31%)이 적합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지난 3∼4월 기준 민간병원을 제외한 공공병원 중에선 48.3%가 코로나19 중환자 진료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은 병상, 인력 등 의료자원의 공급을 시장에 맡겼기 때문"이라며 "(의료기관의) 유형을 분류하고 역할을 설정하고, 균등하게 분포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 10년간 추가 양성하는 의사 4천명 중 3천명이 '지역의사'
앞서 정부는 지역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각 지역에 10년간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데, 이 가운데 3천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력 증원 방안을) 우선 제시한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단순히 의사 수 증원으로 그치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한 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요양병원·시설 관련 사례가 39%를 차지한다는 점을 언급, 시설 입소를 원하지 않는 고령자들이 집에 머물 수 있게 지역 돌봄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요양병원·시설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가 전체의 50%, 미국에서는 40% 정도다.

이날 간담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속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 앞서 열렸다.

건강보험공단은 입원치료, 1차의료, 재활의료, 장기요양 등 부문별 의료서비스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