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내용은 이미 이행 단계…노동계 고통분담 이행은 난항 예상
문성현 "민주노총 기다렸지만, 더는 좌고우면 안 할 것"
코로나19 위기에 '노사정 고통분담' 합의…민주노총 결국 불참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28일 체결한 노사정 협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의 고통 분담 방안을 담고 있다.

노사정 협약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격화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노동계의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이번에도 불참해 다소 빛이 바랬다.

민주노총의 강경파는 노사정 협약의 일부 내용을 '독소'로 간주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행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위기에 '노사정 고통분담' 합의…민주노총 결국 불참
◇ 고용 유지 지원 강화하고 사회 안전망 확대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8차 본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의결했다.

노사정 협약은 지난 5월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40여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합의안의 일부 문구를 수정·보완한 것으로, 내용은 원안과 거의 같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의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포함한 기존 지원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을 맞아 감원 대신 휴업·휴직을 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수준을 휴업·휴직수당의 90%까지 높인 특례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9월 말까지 지원금 상향 조치가 적용된다.

기업이 법정 휴업수당을 지급하기 어려워 노동위원회에 휴업수당 감액 신청을 할 경우 정부는 신속히 심사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여행업과 같이 고용 급감이 우려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는 지정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고용지원 업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경영계는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계는 경영난에 빠진 기업이 고용 유지를 위해 휴업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추진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해서는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로드맵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일반 회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고용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제2의 안전망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지원 대상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원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가 방역체계와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늘리고 보건의료 인력의 적정 수급을 위한 종합계획을 마련한다.

또 업무와 상관없는 질병을 병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의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시작한다.

협약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는 경사노위가 점검하고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경우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기존 부처별 위원회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노사정 고통분담' 합의…민주노총 결국 불참
◇ 민주노총 불참…노동계 고통 분담 이행엔 난항 예상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는 노사정 협약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이행에 착수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수준을 휴업·휴업수당의 최대 90%로 높인 조치를 3개월 연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예산도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됐다.

무급휴직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요건 완화와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지급액 인상 기간 연장 조치도 이미 시행 중이다.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은 노동시간을 줄인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곧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은 이미 완료됐고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고통 분담 방안 가운데 일부는 민주노총 강경파가 반대하고 있어 이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내부 논의 과정에서 강경파는 기업의 휴업수당 감액에 관한 조항을 경영계에 대한 일방적인 양보로 간주하며 반대했다.

이들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의 휴업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 노동계가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구조조정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비판했다.

사업주가 경영상 사유로 해고를 하려면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근로기준법에 규정돼 있는데 휴업과 노동시간 단축은 해고 회피 사유로 인정된다.

결국, 기업이 구조조정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했던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반대파의 공세에 밀려 사퇴했다.

강경파가 주도하게 된 민주노총은 적어도 현 정부 임기 중에는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 진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이날 더는 민주노총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문 위원장은 "(경사노위) 출범 당시도 끝까지 민주노총을 기다렸고 이번에도 정말 많은 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본인들(민주노총)이 (대화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저희는, 우리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저부터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 한국노총을 믿고 또 경총, 대한상의, 정부를 믿고 저희 과제들을 경사노위 중심으로 확실히 하겠다는 각오를 국민께 드려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