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생태연구소 조사…멸종위기 1·2급 조류 14종 겨울마다 찾아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경기 파주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조류 등이 다수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해당 지역은 자연이 잘 보전된 서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내에서도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아 멸종위기종들의 핵심 서식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민간 연구기관인 DMZ생태연구소에 따르면 2014∼2019년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인 파주 장단면 거곡리와 노상리에서 겨울 철새를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조류 14종이 상시 관찰됐다.

조사에서 확인된 멸종위기 조류는 멸종위기 1급인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 4종과 멸종위기 2급인 개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솔개,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등 10종이다.

조류 중 검독수리,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새매, 재두루미, 잿빛개구리매, 참매 등은 천연기념물에도 포함돼 있다.

5년 조사 기간 멸종위기 1급 조류의 누적 개체 수는 235마리로 연평균 47마리, 멸종위기 2급 조류의 누적 개체 수는 8만7천644마리로 연평균 1만7천528마리였다.

특히 고속도로 건설이 예정된 11.8㎞ 구간은 멸종위기 조류가 주로 서식하는 핵심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큰 것으로 DMZ생태연구소는 분석했다.

DMZ생태연구소는 조사 기간 고속도로 예정 지역에 멸종위기 조류가 적을 때는 9.3마리, 많을 때는 895.4마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또 고속도로 예정지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역과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조사 기간 해당 지역을 찾은 재두루미의 평균 개체 수는 34마리에서 164마리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역시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들이 모여서 잠을 자고,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이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장은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 밀도를 분석한 결과 민통선 내로 멸종 위기 조류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핵심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고속도로 예정지역의 생물 다양성도 국내의 다른 보호지역보다 더 우수한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멸종위기 수서 곤충인 물방개, 물장군이 꾸준히 발견되고, 역시 멸종위기 양서류인 금개구리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예정지서 천연기념물 다수 확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한 문산∼개성 간 고속도로 중 남측구간인 문산읍에서 장단면 도라산역까지 왕복 4차로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파주시 문산읍에서 장단면 도라산역까지 왕복 4차로 11.8㎞의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세우고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비 5천843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교량 11개, 터널 1곳, 나들목 2곳, 분기점 1곳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앞서 올해 5월 환경부는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했다.

이에 대해 파주 시민과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 비무장지대(DMZ) 인근 생태계 파괴를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