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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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구입하기 위해 송금까지 했지만 실제로 물건을 건네받지 못해 미수에 그쳤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네차례에 걸쳐 대마 구입을 시도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의 판매책에게 총 162만5000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4건의 거래 가운데 3건에 대해선 판매책이 대마를 보내주지 않아 실제 마약을 받진 않았다.

1심은 4건의 거래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거래가 실제로 성사된 1건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매매의 합의가 성립했다거나 매수대금이 송금 및 수수됐다 하더라도 마약류의 처분권한 또는 점유를 매수인에게로 이전하는 행위가 매도인 또는 매수인에 의해 시작되지 않은 이상 실행 착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항소심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관련 법에 따라 대마 또는 항정신성의약품의 매매 행위는 매도·매수에 근접·밀착하는 행위가 행해진 때 그 실행의 착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이 판매책에게 매매대금을 송금했다면 마약류 매수행위에 근접·밀착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