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인 각 3명·직장동료 1명·러 선박 수리한 작업자 8명
러시아-파키스탄-카자흐-방글라데시-우즈베크-과테말라발 입국자서 전파
자가격리 해제 후 확진사례도…카자흐 국적 10대 격리해제 이틀 뒤 양성
해외유입→지역전파 위험 낮다지만…벌써 15명 감염에 우려 고조
해외에서 유입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로 인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유입 확진자의 경우 검역·격리과정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 위험은 극히 낮다는 게 방역당국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이미 해외유입발(發) 감염 사례가 8건이나 발생한 상황이다.

특히 부산항 입항 러시아 선박에 올라 수리 작업을 한 업체 직원 8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해외유입 확진자를 통한 지역 전파 사례는 현재까지 총 8건에 15명으로 집계됐다.

감염 전파를 일으킨 확진자의 유입 국가는 러시아가 가장 많고 이어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과테말라 등의 순이라고 방대본은 설명했다.

해외유입발 감염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확진자의 가족과 지인이 각각 3명이고, 직장 동료가 1명이다.

'기타' 유형으로 분류된 나머지 8명은 부산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원양어선 '페트르원'호(7천733t·승선원 94명)에 직접 올라 수리작업을 한 한국인 작업자 7명과 외국인 작업자 1명이다.

감염경로를 살펴보면 업무상 접촉한 경우(선박 수리공)가 8명으로 가장 많다.

확진자와 같이 지내다 감염된 사례는 4명, 해외에서 들어온 확진자를 태워주는 등 차량 지원 과정에서 감염된 경우는 2명이다.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여행을 같이 갔다가 확진된 사례도 1명 나왔다.

해외유입→지역전파 위험 낮다지만…벌써 15명 감염에 우려 고조
그간 방역당국은 해외유입 확진자는 전부 검역 또는 2주 격리단계에서 확인되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 위험성은 낮다고 단언해왔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8건에서 확인됐듯이 해외유입 확진자를 통한 감염 가능성 '제로' 공식은 이미 깨졌다.

'무증상' 입국자의 경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입국 후 국내 이동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지역사회에 감염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항 입항 러시아 선박에 직접 올라 작업을 한 수리공 8명 집단감염 사례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23일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수리공 1명이 수면 위에 떠오르지 않았다면 자칫 감염 규모는 더 커졌을 수도 있다.

현재 확진자들의 가족과 지인 등 접촉자 150여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데 접촉자 규모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

수리공들로부터 지역사회로 전파가 이어지는 이른바 'n차 감염'도 나올 수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리 작업자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또 그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긴급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선박 외 검역 상황도 면밀히 평가해 해외유입 환자 차단에 더욱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현재 선박 수리 작업자들이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확인되지 않고, 또 이들의 증상이 배에 올라탄 이후 시작된 점 등을 토대로 러시아 선원들이 코로나19를 옮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천명 안팎인 데 반해 부산의 경우 누적 확진자가 166명(25일 0시 기준)에 불과한 것도 러시아발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한 요인이다.

이밖에 극히 예외적 사례에 속하지만, 자가격리 해제 이틀 후인 지난 21일 경기도 안산에서 확진된 카자흐스탄 국적의 10대 A군처럼 격리해제 후 양성 판정된 경우도 있어 불안감을 키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능성이 작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해외유입 감염자가 격리해제 후 지역사회 활동 과정에서 n차 전파를 일으킬 수도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