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물난리…영덕 강구면 주민 "동해선 철길 탓"
경북 영덕에서 3년 연속 물난리가 나면서 주민 사이엔 동해선 철도가 피해를 키웠다는 견해가 커지고 있다.

24일 영덕군에 따르면 강구면 오포리 저지대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침수 피해가 났다.

2018년 10월 6일 태풍 '콩레이'로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오포리 강구시장 일대가 침수됐고, 2019년 10월 2일과 3일 태풍 '미탁'으로 많은 비가 내리자 오포리 저지대에 다시 수해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 23일부터 24일 사이 258.0㎜의 장맛비가 내리면서 오포리 저지대 주택에서 또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은 동해선 철길이 놓인 이후 이 같은 피해가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한 60대 주민은 "1991년 가을 집중호우로 한 번 침수된 이후 그동안 침수 피해가 없었는데 철길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이 말하는 철길은 포항역에서 영덕역 구간에 놓인 동해선이다.

2018년 1월 개통한 동해선이 강구면을 지나면서 오포리와 접한 화전리 들판 한중간에 약 10m 높이 둑과 강구역이 들어섰다.

해마다 물난리…영덕 강구면 주민 "동해선 철길 탓"
주민은 산과 산 사이를 잇는 전체 길이 약 340m인 둑 형태 철길이 물을 가두는 댐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철길둑은 북쪽 모퉁이에 도로와 화전천 부분 30m 길이 구간만 뚫려 있다.

그러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이 통로로 물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로에 모인 물이 마을 길을 따라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저지대인 오포리 일대를 덮쳤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동해선 강구역 주변 화전천 둑은 곳곳이 무너져 있었다.

거센 물살이 이곳으로 집중됐다는 점을 반영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태풍 콩레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강구역 건설 때 과거 100년간 홍수위를 고려해 물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건설한 만큼 침수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대가 가장 낮은 강구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물이 바로 옆 주택이나 상가로 역류하고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영덕군은 2018년 침수 피해가 난 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화전천 정비와 배수펌프장 용량 증설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가 반복되면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민은 "오포리 주민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다들 동해선 철길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영덕군이나 철도시설공단은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은 "동해선 철길을 둑이 아니라 다리 형태로 만들거나 중간에 통로를 몇 군데 만들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물난리…영덕 강구면 주민 "동해선 철길 탓"
해마다 물난리…영덕 강구면 주민 "동해선 철길 탓"
해마다 물난리…영덕 강구면 주민 "동해선 철길 탓"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