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매니저는 머슴이 아닙니다" 잇따른 폭로전…해결책은?
"매니저를 머슴처럼…"

연예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배우 이순재가 데뷔 64년 만에 '갑질'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평소 강한 책임감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던 그가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연예계는 그 어느때보다 떠들썩했다. 뿐만 아니라 배우 신현준, 김서형, 가수 김호중까지 매니저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구설수에 오른 상황이다.

이순재는 올 4월부터 두 달 동안 매니저로 일한 김모씨가 “머슴 수준”의 착취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이순재의 아내가 김 씨에게 분리수거를 시키는 등 집안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소속사는 "편파보도"라며 "그동안 쌓아올린 이순재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며 법정대응을 시사했다.

억울함을 토로하던 이순재는 재차 사과문을 내고 업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철저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오랜 제 원칙을 망각한 부덕의 소치였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이어 "가족의 일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은 건 잘못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배우 신현준은 전 매니저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전 매니저 A 씨는 신현준에게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했고, 갑질과 폭언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신현준은 친구이자 가족같은 전 매니저의 갑질 주장에 대해 "사실 무근"임을 밝히면서 상처 받은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A 씨는 신현준이 10년 전 불법 프로포폴 투약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후 수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프로포폴과 관련된 공소시효는 7년이라는 점에서 이미 공소시효도 지난 사건을 다시 언급한 이유를 놓고 김 씨가 신현준의 이미지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신현준은 프로포폴 투약에 대해 "치료 목적"이라고 해명했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시기에 신현준은 가족과 함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1회 출연했으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하차했다.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김호중도 전 소속사 매니저 B 씨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에서 4위를 한 후 현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해 활동 중이다.

전 소속사인 3개 회사 측이 전속계약 불이행 문제를 걸고 넘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최근까지 함께한 전 매니저 B 씨는 김호중이 4년간 행사를 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반환하라며 1억3000만 원을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B 씨는 50대 팬이 군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입대 관련 특혜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호중이 세 번째 입대 연기를 위해 입대 예정일 당일에 119를 불러 입대를 미뤘다고도 했다. 소속사는 "어떤 불법도 없으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군 입대 연기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호중은 지난 21일 신체검사를 받고 4급 판정을 받았다.

김호중 측은 "김호중의 인기가 높아져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흠집을 내는 것이 목적인 소송"이라며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그의 소송에 강경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우 김서형은 매니저와의 신뢰가 깨졌다며 마디픽쳐스에 전속계약해지 통지를 했다. 소속사 측은 김서형에게 도리어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서형 측은 매니저가 김서형에 대한 비방과 험담을 제3자에게 했고 신뢰관계를 저해하는 언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서형의 법률대리인은 "김서형과 매니저의 문제를 안 주변 관계자들이 원만한 해결을 하기 위해 중재하려 했지만 소속사에서는 김서형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매니저에게 신뢰관계를 해하는 사항에 대한 소명을 구했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김서형은 지난해 10월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마디픽쳐스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계약 후 1년이 지나지 않아 불화로 등을 돌리게 됐다. 전성희 마디픽처스 대표는 "열심히 김서형을 케어하며 광고 계약금을 3배 높였는데 뒷돈을 얼마 받았냐고 하더라"라며 "별 욕을 다 먹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뮤지컬 배우 A씨, 코로나19 음성 판정.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뮤지컬 배우 A씨, 코로나19 음성 판정.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계 관계자들은 오랜시간 연예계에서 활동해왔던 스타와 매니저의 경우 구두로 관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 위자료를 달라 말라 하는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가 없어진다"면서 "매니저는 갑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연예인이 뜨게 되면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귀띔했다.

매니지먼트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매니저와 연예인간의 생각차이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측 또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예인 3000여명과 매니저 500여 명이 소속된 사단법인인 연매협은 '업무환경 실태 조사 후 합리적인 규정 대책 마련' 성명을 발표했다. 연매협은 우선 회원 매니저들의 근무환경 실태 전수조사를 시행해 현재 정확한 근무여건을 파악하기로 했다.

또 향후 관계 기관과 협조를 통해 회원뿐 아니라 모든 연예계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점차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연예인과 매니저 간 서로 납득할 만한 업무환경, 처우개선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근거 자료를 구비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은 전반적으로 정상적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 군소 기획사, 1인 기획사, 개인 매니저 등은 서로 관계를 구두로 정리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화근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매협은 또 소속 연예인과 매니저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매니저들이 연예인들의 연예 활동 지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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